“위원장님, 유가족이란 표현 잘못됐습니다. 사과하십시오.”
29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들과의 만남이 통곡으로 마무리된 직후 단원고 학생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엄마 이금희씨는 단호하게 말했다. 김창준 위원장이 미수습자의 수습 방안을 마련하는 선조위의 한계를 설명하다가 미수습자 가족을 ‘유가족’이라고 부른 게 문제가 됐다. 면담이 파행을 맞으면서 당황해 나온 말실수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그럴 수 없었다.
미수습자 가족은 ‘장례를 안 치러서 유가족이 못 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유가족과 자신들이 다르다고 말한다. 이씨는 그동안 “하루빨리 아이를 찾아 유가족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까지 얘기해 왔다.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29일 면담 파행을 알리는 인터넷 기사에는 ‘조금 더 기다려라’ ‘요구사항이 너무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지난 28일 미수습자 추정 유해가 발견됐다는 속보가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은 가족들이 기뻐하리라 예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가족들은 시신 유실 가능성에 마음을 졸였다. 오히려 유해가 동물 뼈로 밝혀지자 안도했다.
미수습자 가족은 10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오해와 억측으로 상처를 입었다. 세월호 참사 다음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마지막 한 명까지 원 없이 수색하겠다”고 얘기했지만 배 안에는 여전히 9명이 남아있다.
31일 세월호가 미수습자 9명을 싣고 목포를 향한 마지막 항해를 떠난다.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오른 지난 25일 이씨는 국민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목포신항으로 이동할 때까지 함께해 달라”는 부탁도 함께였다.
진도=임주언 사회부 기자 eon@kmib.co.kr
[현장기자-임주언] 미수습자 가족, 그 아픔 함께…
입력 2017-03-30 18:25 수정 2017-03-30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