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안보, 협상대상” EU “충격적인 협박” 양측, 브렉시트 신경전 개시

입력 2017-03-30 18:19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보낸 영국의 EU 탈퇴 통보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뉴시스

유럽연합(EU) 측이 ‘안보’를 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협박하지 말라”고 규탄했다.

메이는 29일(현지시간)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탈퇴 통보 서한을 전달했다. 이 서한에서 “협상 실패는 범죄와 테러에 맞선 상호 협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어 메이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유로폴(유럽형사경찰기구)과의 정보교류도 협상 패키지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앞서 앰버 루드 영국 내무장관은 “영국은 유로폴의 최대 기여자다. 떠날 때 우리가 가진 정보를 갖고 가겠다”고 말했다.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안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년간 양측은 합의금과 자유무역협정(FTA) 등 첨예한 사안을 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영국은 탈퇴 협상과 FTA를 연계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EU는 ‘위자료’ 600억 유로(약 72조원)를 우선 지불할 것을 요구한다.

영국의 이런 태도는 즉각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의회 브렉시트 협상위원 기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전 총리는 “군사·정보 분야의 영향력을 협상 카드로 쓰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안보는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아니 피텔라 유럽의회 의원은 “생명을 놓고 장난을 치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이는 협박과 같다”며 “안보는 모든 시민을 위한 것이지 협상 카드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노동당 하원의원은 “안보를 협상 카드로 쓰는 것은 심각한 자해행위”라고 일갈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