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1979년 10·26사태 후 최순실씨 아버지 최태민씨를 전방 군부대에 격리조치했었다고 밝혔다.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인자금 9억5000만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사실도 공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직선제 개헌에 반대했으며 자신이 ‘직선제 수용’을 반대하며 호통치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다는 비화도 소개했다.
전 전 대통령은 30일 다음달 출간되는 ‘전두환 회고록’(사진)에서 “10·26 이후 나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애 근혜양과 함께 구국봉사단, 새마음봉사단 등을 주도해 왔던 최태민씨를 상당 기간 전방 군부대에 격리시켜 놓았다”고 썼다. 격리 배경에 대해선 “최태민씨가 더 이상 대통령 유족의 주변을 맴돌며 비행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나의 이러한 (격리) 조치가 근혜양의 뜻에는 맞지 않았을지 모른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 뒤 최태민씨의 작용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구국봉사단 등의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 왔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대 상황에 비춰볼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전 전 대통령은 “최태민씨는 그때까지 근혜양을 등에 업고 많은 물의를 빚었고 그로 인해 생전의 박정희 대통령을 괴롭혀 온 사실은 이미 관계기관에서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은 “처벌을 전제로 (최태민씨를) 수사하지는 않았다”며 “최태민씨의 행적을 캐다보면 박정희 대통령과 그 유족들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히게 될 것을 우려했던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해졌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뭉칫돈’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10·26사태 직후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전 전 대통령은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 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금고를 발견했고, 거기에서 9억5000만원 상당의 수표와 현금을 찾아냈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던 자금이었다는 권숙정 (대통령 비서실장) 보좌관의 진술에 따라 합수부는 이 돈에 일절 손대지 않고 유가족에게 전달하도록 했고, 권 보좌관은 전액을 서류가방에 넣어 그대로 박근혜씨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어 “(돈을 전달하고) 얼마 후 박근혜씨가 10·26사태의 진상을 철저히 밝혀 달라는 부탁과 함께 나에게 수사비에 보태라며 3억5000만원을 가져왔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또 박 전 대통령이 2002년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한 뒤 대권 도전 의지를 내비쳤다고 회고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나에게 사람들을 보내 자신의 대권 의지를 내비치며 힘을 보태줄 것을 요청해 왔다”며 “나는 생각 끝에 완곡하게 그런 뜻을 접으라는 말을 전하라고 했다”고 썼다. 그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봤고 (박 전 대통령 측에) 실패했을 경우 ‘아버지를 욕보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하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전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이 지닌 여건과 능력으로는 무리한 욕심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회고록엔 1987년 6·29선언의 막후 과정도 기술돼 있다. 전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17일 당시 민정당 대표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을 청와대로 불러 “직선제 수용을 전제로 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노 대표는 순간 낭패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언지하에 반대했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6월 19일에 만난) 노 대표는 ‘제가 직선제 수용을 포함한 민주화 조치를 건의드리면 각하께서 크게 노해서 호통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욱 효과가 있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전두환 “10·26 이후 최태민 전방 군부대에 격리”
입력 2017-03-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