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역사문제로 갈등을 빚어온 독일이 터키 주둔 자국 병력을 철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도이체벨레(DW)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독일 정부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퇴치할 목적으로 터키 남부 인지를릭 공군기지에 파병한 병력을 터키 밖으로 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에서 뺀 병력을 옮길 곳으로는 요르단과 쿠웨이트 각각 3곳과 키프로스 2곳 등 총 8곳이 거론되고 있다. 인지를릭 기지에는 독일군 250명과 정찰기 6대, 급유기 1대가 있다. 이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에 주둔하면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덴마크, 카타르와 함께 IS 격퇴 작전을 펼치고 있다.
병력 이동이 검토되는 주요 원인은 양국의 불신이다. 지난해 6월 독일 의회는 100여년 전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학살한 행위를 ‘대학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이후 터키는 독일 의원들이 인지를릭 기지를 방문하지 못하도록 접근을 차단했다. 독일에서는 파병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철군 필요성이 제기됐다.
병력 이동 여부를 놓고 독일 내에서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독일 국방부는 “터키를 대체할 어떤 국가와도 협상하고 있지 않다”며 “접근성과 임무 연관성 등을 고려할 때 인지를릭보다 적합한 장소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좌파당 의원 2명과 기독민주당, 기독사회당 의원 4명은 “정부가 서둘러 조치해야 한다”며 부대 이동을 강하게 촉구했다.
독일에서는 반(反)터키 감정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터키 간첩단의 독일 내 활동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 28일 “터키의 간첩활동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경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개헌 투표를 앞두고 독일을 향해 독설을 퍼붓는 것도 양국 사이 긴장을 높이고 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심상찮은 獨·터키 갈등… 터키 주둔 독일군 철군하나
입력 2017-03-3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