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 사업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올해 하반기 대거 이주가 예상됨에 따라 강남발(發) 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소 6400여 가구가 집을 구하지 못하고 전세 전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전셋값 상승으로 경기도 등 지방으로 전출하는 인원도 늘 전망이다. 재건축 열풍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울시 차원에서 재건축 관리처분인가 시점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총 1만6000여 가구가 이주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재건축으로 인한 이동 인구로, 올 하반기에 이주가 집중돼 있다.
전국 재건축 추진 단지 중 최대 규모인 강동구 둔촌주공(5930가구) 아파트는 오는 5월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면 6∼7월 중 이주를 시작한다. 지난 2월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강남구 개포주공 4단지(2840가구) 역시 하반기부터 이주를 진행한다. 개포주공 1단지(5040가구)도 관리처분 총회를 앞두고 있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주민들이 짐을 쌀 것으로 보인다.
강동구 고덕주공 6단지(880가구)는 이르면 5월 말, 서초구 무지개아파트(1074가구)와 강남구 청담 삼익아파트(888가구)도 연내 이주를 앞두고 있다. 서초구 경남아파트(486가구)는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1만6000여 가구가 오는 5∼12월 동시다발적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셈이다.
다만 멸실가구 수에 비해 입주 가능한 공급물량 수는 턱없이 작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 4구 입주물량은 9567가구다. 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3725가구)를 제외하면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거의 없다.
특히 이주가 집중되는 하반기의 경우 강남 4구 입주물량은 4385가구에 그친다. 수치로만 따져보면 6400여 가구가 강남을 떠나야 한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이주민 사이에 강남에 남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이주민들은 자녀 교육과 직장, 교통 문제 때문에 원래 살던 단지 근처에 있는 집을 전세로 구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며 “여의치 않으면 하남이나 성남 등 경기도로 거처를 옮겨야 하는데 물량이 예년만큼 많지 않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 중에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10%도 되지 않는 곳도 있어 보증금만 가지고 전셋집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빈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서울시 차원에서 이주 수요 분배를 위해 관리처분인가 시점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현재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재건축 단지의 관리처분인가 및 이주시기를 조정 중인데 올 하반기처럼 재건축 이주 쏠림이 가시화되지 않도록 적절히 인가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재건축 조합 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적절한 인가 시점 배분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강남 재건축發 전세난, 하반기부터 현실화 우려
입력 2017-03-31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