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인 건 인정하는데…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아요.”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16세 소녀는 이렇게 말했다. 용의자와 피해자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지만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16세 소녀는 학교 부적응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인천연수경찰서는 30일 A양(8)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B양(16)을 긴급체포했다. B양은 전날 낮 12시35분쯤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놀던 A양을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데려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오후 4시24분쯤 초등학생 미귀가 신고가 접수돼 주변을 수색하던 중 CCTV를 분석한 결과 B양이 A양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용의자로 판단했다. B양은 경찰에서 “죽인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횡설수설했다. 함께 동석해 조사를 받고 있는 B양 어머니는 “딸이 정신병력이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낸 셈이지만 사건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A양의 사체는 쓰레기봉투 2개에 담겨 16층 아파트 옥상의 물탱크가 있는 시설 위에 유기됐다. B양은 사체를 유기할 때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CTV를 피하려 한 게 아니냐는 유추가 나온다. 또 유기 장소는 4∼5m가량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하는 곳인데 혼자 사체를 들고 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단독 범행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B양의 살해 동기, A양이 타깃이 된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A양은 하교 당시 같은 반 친구 1명과 함께 놀다 헤어졌다. A양 친구는 “엄마에게 전화해야 한다며 휴대전화를 빌린다고 하며 갔다”고 진술했다. A양이 휴대전화를 빌리려 하자 B양이 휴대전화를 쓰게 해주겠다며 환심을 산 뒤 집으로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아파트 주변을 수색해 사건 당일 오후 10시30분쯤 B양이 사는 아파트 동의 옥상에서 A양의 사체를 발견했고, B양의 집에서 혈흔이 발견되자 30일 0시40분쯤 아파트 앞 공원에서 B양을 긴급체포했다.
살해 및 사체유기 방법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경찰은 B양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는 흉기를 B양의 집에서 확보했다. 경찰은 B양이 A양을 목 졸라 살해하고 흉기로 사체를 훼손한 뒤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호 연수경찰서 형사과장은 “목이 졸린 흔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A양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는 한편 B양에 대해 살인 및 사체유기 협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끔찍·잔인… 믿기지 않는 ‘범행 미스터리’
입력 2017-03-30 1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