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낮지만 경계심 높여야”

입력 2017-03-30 18:01 수정 2017-03-30 21:27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을 낮다고 평가했다. 다음 달에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에 대해선 “경계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현안 보고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점진적으로 이뤄질 경우 자본유출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근거는 세 가지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상수지·외환보유액·국가신용등급이 양호하다는 점, 채권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 가운데 장기투자 위주의 공공자금 비중이 높아 내외 금리 차이에 덜 민감하다는 점, 지난 15일 연준의 금리인상 후에도 외국인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들어 24일까지 외국인의 주식 순매수 금액은 3조4000억원에 이른다. 채권보유 증감액도 1조1000억원으로 플러스다.

이 총재는 오히려 미국 재무부가 다음 달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이 총재는 “현행 교역촉진법 기준으로는 지정 가능성이 낮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함께 자리한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그런 가능성이 혹시 있지 않나 걱정하고 있다”고 공감했다.

이달 초만 해도 “가능성이 낮다”며 낙관했던 통화·재정 당국 수장의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유 부총리가 지난 17일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을 딱 10분간 만난 이후 나타난 변화다. 당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한다”는 우리 측 설명에 므누신 장관은 “알았다”고만 답했다.

한편 한은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시중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 추가 부담이 9조원가량 된다고 추산했다. 1344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의 3분의 2는 고소득·고신용자가 보유해 괜찮지만, 취약차주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취약차주는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 또는 저소득 상태로 빚을 낸 사람이다. 지난해 말 취약차주의 대출은 78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1000억원 늘었다. 가계부채 문제의 핵심 뇌관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