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후보 지칭하며 지지 유도하면 법 위반

입력 2017-03-31 00:00

“성도 여러분,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A후보의 오랜 동지인 B특보께서 오늘 우리와 함께 예배를 드리셨습니다. 앞으로 모셔서 잠깐 한 말씀 들어볼까요.”

오는 5월 9일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교회나 공식적인 예배 장소에서 이 같은 장면이 연출될 경우, 당사자들은 선거법 위반으로 곤욕을 치를 수 있다.

교회 담임목사가 B특보의 예배 참석 사실을 성도들에게 단순히 알리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발언 기회를 얻은 B특보나 담임 목사가 A후보의 공약 내용을 설명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지지를 유도한다면 공직 선거법 제85조 위반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표 참고).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30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공명선거운동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선거개입 사례 및 주의사항 등을 소개했다.

기윤실 정직윤리운동본부장 신동식 목사는 “담임목사나 장로 등이 예배 설교나 광고 등에서 투표를 촉구하는 건 무방하다”면서 “하지만 특정 후보나 정당을 지칭하며 지지를 유도할 경우, 명백한 선거법 위반행위가 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의 경우, 부활절(4월 16일)을 중심으로 연합예배 등 교회와 교계 단체의 관련 행사가 전국에 걸쳐 예정돼 있다. 대선 후보나 선거운동원 등의 참석이 예상되는 만큼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목회자와 성도들의 사전 예방교육 등이 필요하다.

기윤실 상임집행위원 이상민 변호사는 “설교나 기도를 맡은 연합예배 순서자들은 발언 등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특정 후보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순간 선거법 위반이 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금지사항’뿐 아니라 권장사항도 소개됐다. 성경에 근거한 바람직한 지도자상에 대해 알리는 한편 ‘가짜뉴스’같은 거짓정보에 휘둘리지 않도록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기윤실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기독교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를 수집할 예정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그래픽=이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