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과 미국의 대북 압박 움직임이 한층 더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의회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초강경 대북제재 관련법들을 무더기로 통과시켰고, 이와 별도로 한·미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에서 대북 원유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북한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동시에 다음달 6∼7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측을 압박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는 29일(현지시간) 북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대북제재 법안과 테러지원국 재지정 촉구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규탄하는 결의안도 처리했다.
외교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공화·민주 양당이 초당적으로 발의한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 법안과 테드 포 의원이 주도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촉구 법안을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특히 외교위는 두 법안에 대해 통상적인 법안과 달리 규칙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하원 본회의에 회부하기로 해 법안 처리가 빨라지게 됐다. 외교위는 또 조 윌슨 의원이 발의한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규탄’ 결의안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하원 외교위가 법안과 결의안을 이처럼 발빠르게 처리한 것은 그만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 가능성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법안과 결의안 내용에 있어서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제재 의지를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북 제재 현대화 법안은 △원유와 석유제품 공급 금지 △노동자 강제송출 제재 △온라인 상업행위 차단 △북한을 위한 대리계좌 금지 △전화통신 서비스 제공 금지 등을 담고 있다. 기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와 미 의회의 대북제재법에 없던 새로운 제재들이다. 발의된 지 8일 만에 상임위를 신속하게 통과했고, 양당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법안이어서 하원 본회의에서도 그대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테러지원국 지정 촉구 법안에는 지난 1월 법안 발의 당시 없었던 ‘김정남 VX 암살사건’이 또 다른 사유로 추가됐다. 대북규탄결의안은 북한의 핵과 ICBM 개발을 규탄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조속한 한반도 배치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드와 관련해 테드 요호 외교위 아태소위원장은 “중국이 ‘엉뚱한 코리아(the wrong Korea)’를 제재하고 있다”며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을 비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美, 北 핵도발 앞두고 무더기 제재안
입력 2017-03-30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