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하늘에 마스크를 한 시민들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파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다. 호흡기와 기관지 질환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도 부쩍 늘었고 마스크, 공기청정기 등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내려진 미세먼지 주의보는 올해 들어 85차례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 수준이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이다. 지난해 단 하루도 없었던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올해 세 차례나 발령됐다. 서울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서울시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초미세먼지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24시간 평균 농도 25㎍)를 넘어선 날이 52일(전체 날짜의 61%)이나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0일(47%)보다 12일이나 많다. 2014년 공식 측정 이후 최악이다. 갈수록 숨쉬기 힘들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유입된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조기 사망한 사람의 수가 한해 3만900명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칭화대와 베이징대, 미국 캘리포니아어바인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등의 국제공동 연구진은 초미세먼지의 이동이 세계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30일 저명한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지금껏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가 해당 지역 사람들의 조기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돼 왔지만, 전 지구적인 영향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의미가 깊다. 초미세먼지로 인해 조기 사망한 사람이 총 345만명이고 이 중 12%인 41만1100명이 다른 지역에서 날아온 초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중국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며 인접국인 한국과 일본은 인구밀도가 높아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세먼지의 70∼80%가 중국발이라는 정부의 진단과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정부도 미세먼지에 대한 국제 공조가 절실하다고 보고 1999년부터 한·중·일 3국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선언적 의미일 뿐 아직까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염물질 확산의 주범국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한 유럽연합과는 비교된다.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국 등과의 공동 대응이 없다면 10년 후 런던, 파리 수준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겠다는 정부의 목표 달성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국과 법적 효력이 있는 환경기구를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정부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환경 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오염원을 줄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설] 미세먼지 감축 위한 국제적 협력 절실하다
입력 2017-03-30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