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발생한 8살 여자 초등학생 유괴·살해 사건은 우리 사회가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백주대낮에 인적이 드문 곳도 아니고 도심 한복판 학교 바로 옆 아파트 단지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8살 아이를 휴대전화를 빌려준다며 공원에서 집으로 유인해 흉기로 살해한 범인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16살 소녀라는 사실은 더 할 말을 잃게 한다. 이 소녀는 시신을 훼손한 뒤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용의자는 정신질환 때문에 7년째 치료를 받아 왔다고 한다. 다니던 학교도 지난해 중퇴했다. 이 정도로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왜 그대로 방치돼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발적 위해 가능성이 있는 일부 정신질환자를 특별 관리하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폐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도한 경쟁과 취약한 사회 안전망은 공교육 밖으로 밀려난 외톨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최근 잇따르는 묻지마 범죄 사건들은 폭력을 조장하고, 폭력에 관대한 우리 사회가 빚어낸 비극이다. 인터넷이나 TV 등에 넘쳐나는 폭력물들은 폭력성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범죄 방법까지 알려준다.
문제는 누구도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 있다. 시시각각 도처에 살해 위협이 널려 있는데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내 생명을 어떻게 지켜야 하나. 이젠 아이를 집 밖으로 내 보내는 것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정부가 그동안 내세운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는 공허했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정신질환자의 일탈로 치부하고 덮어버려선 안 된다. 사회의 병이 깊다는 경고로 인식하고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1980년대 초부터 묻지마 범죄가 자주 발생한 일본은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인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지원센터를 만들어 상담 활동과 교육·취업훈련을 병행했다. 우리나라도 은둔형 외톨이가 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을 갖추고 이들을 사회로 끌어안는 노력이 시급하다.
[사설] 우리 사회 병폐 드러낸 인천 초등생 유괴·살해 사건
입력 2017-03-30 1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