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스스로 물러난 침묵의 땅.’
DMZ는 전쟁의 아픔을 그대로 머금은 채 반백년 넘는 세월 그 자리를 지켰다. 군사분계선 기준 남북 각 2㎞에 이르는 완충지대. 그곳에는 가슴 시린 역사와 야생의 치열한 생존사가 공존하고 있다. 지구상 최대 온대 원시림이자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DMZ의 민낯을 낱낱이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나왔다.
‘DMZ, 더 와일드’는 MBC가 UHD(초고화질 영상기술) 개국 특집으로 선보이는 자연 다큐다.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 제작팀이 2015년 10월부터 최근까지 1년 5개월 동안 촬영했다. 내레이터가 화면을 해설하는 기존 형식에서 탈피해 프리젠터(진행자)가 직접 참여한 점이 특징적이다. 배우 이민호(30·사진)가 그 대장정을 함께했다.
이민호는 드라마 스케줄과 겹친 4개월 정도를 제외하고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촬영에 임했다. 짧게는 2박3일, 길게는 7박8일씩 현장에 머물렀다. 영하 30도의 추위를 견디며 잠복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 사옥에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이민호는 “촬영기간 내내 함께 있었던 기분”이라며 웃었다.
출연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평소 다큐에 관심이 많았는데, 한국다큐는 좀 무겁다는 느낌이 있었다. 보다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다큐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더불어 DMZ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도 컸다”고 말했다.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한류스타임에도 이민호는 이번 프로젝트에 출연료를 받지 않고 재능기부 형식으로 동참했다. “어떤 일을 해나갈 때 돈보다 의미를 크게 생각하는 편”이라는 그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다큐가 대중화됐으면 좋겠다. 다양한 다큐가 나와 한국이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다큐 강국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얘기했다.
오는 4월 3일 오후 11시10분 ‘DMZ, 더 와일드’ 프롤로그 편(HD)이 먼저 방송된다. 총 3부로 구성된 본편은 6월 UHD 개국에 맞춰 선보여진다. 연출을 맡은 김정민 PD는 “해외에선 이미 DMZ를 주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안에 이처럼 생태학적 가치가 큰 곳이 존재하고, 그곳이 이렇게나 아름답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DMZ, 더 와일드’ 이민호의 진심… 깨어난 미지의 세계
입력 2017-03-31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