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 오스트리아 작가 안나 김의 신작 ‘귀향’은 1960년대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 소설이자 정치역사 소설이다. 독재정권 하에서의 우정과 폭력, 신뢰와 배신을 다뤘다. 분단 이후의 한반도 상황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4살 때 독일로 입양된 번역가 한나와 기록 보관 담당자 윤호 강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생모를 찾아 한국에 온 한나는 우연히 78세 윤호의 영문 편지를 번역해 주면서 그의 60년대 정치 경험을 듣게 되고, 그렇게 60년대 독재에서 생존하고자 몸부림쳤던 세 친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의 제목 ‘귀향’은 중첩된 의미를 담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50년대 중후반부터 84년 사이 조총련계 재일동포들의 대규모 북송, 필자 또는 소설 주인공의 고국방문, 그리고 자기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역사에 대한 재인식을 포괄하고 있다. 독일의 저명한 주간지 ‘디 자이트’는 이 소설을 ‘혼란스러운 시대, 우리의 정체성에 투영된 정치와 역사의 관계를 정련된 언어로 표현한 훌륭한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저자는 “이 주제가 오늘날까지 한국에서는 다루기 민감할 뿐만 아니라 한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한반도와 재일 한국인의 역사, 작가의 개인사 그리고 가족사가 어우러진 한편의 서사시이다. ‘귀향’은 필자 관리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주어캄프 출판사에서 출간돼 작품성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1977년 대전에서 태어난 안나 김은 79년 유학 간 부모를 따라 독일에 이주했고, 84년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성장했다. 최근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두 번째 소설 ‘얼어붙은 시간(Die gefrorene Zeit)’로 2012년 EU 문학상을 받았다.
베를린=김상국 통신원(베를린자유대 연구원)
[지구촌 베스트셀러] 독재정권 아래 몸부림쳤던 세 친구의 폭력·신뢰·배신
입력 2017-03-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