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책 좀 읽는다는 독서가들을 위한 인터뷰집이다. 특히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신간이다. 올리버 색스나 에드워드 사이드처럼 비문학 저술가의 인터뷰도 담겼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세계의 문단에서 날고기는 소설가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우선 ‘작가라는 사람’을 펴낸 엘리너 와크텔(70·여)이 누구인지 살펴보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저널리즘과 영문학을 공부한 그는 자국의 CBC 라디오 프로그램 ‘라이터스 앤드 컴퍼니(Writers & Company)’를 30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소설가 줄리언 반스나 가즈오 이시구로는 그를 이렇게 평가한다. 와크텔은 세계에서 인터뷰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부제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 22인의 목소리 그리고 이야기’다. 인터뷰이 중 올리버 색스나 윌리엄 트레버, 존 버거처럼 세상을 뜬 사람이 많아 얼마간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인터뷰가 이뤄진 시기가 90년대 초·중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문구다.
인터뷰에서 오가는 질문과 답변은 깍지 낀 두 손처럼 맞물려 있다. 와크텔은 인터뷰이의 최근작을 물고 뜯다가 문학적 뿌리가 가닿은 지점을 파헤친다. 작가의 삶을 지탱하는 밑동의 둘레를 더듬기도 한다. 와크텔 자신이 진행자이기 이전에 성실한 독자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에게 작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무엇을 찾으려고 했는지 묻는다면, 삶과 작품의 교차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무엇이 작품을 만들어냈을까? 무엇이 삶에 영향을 주었을까? 이 책은 그러한 매혹의 결과이다.’
독자의 관심을 끌 만한 대목은 ‘왜 쓰는가’에 대한 작가들의 답변일 터. 멕시코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말하지 않으면 잊게 된다”고, 윌리엄 트레버는 “진공상태에 무언가를 넣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올리버 색스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묻자 “과학적이면서도 문학적인 글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덧붙인다. “저는 좋은 글, 열정으로 가득하면서도 절대 균형을 잃지 않고 절대 감상에도 빠지지도 않는 과학적인 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와크텔이 인터뷰를 하면서 “제일 놀라웠다”고 밝힌 작가는 문학 평론가 해럴드 블룸이다. 그는 시의 인력(引力)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시를 향한 사랑을 표현한다. “(시를 읽는다는 건) 경계를 넘는 느낌입니다. …대대로 아이들이 들어갔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마법의 세계, 고조된 인식의 세계, 모든 것이 놀랍고 깊은 생각을 불러오는 세계입니다.”
저마다 독창적 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이지만 공통점도 발견할 수 있다. 변두리에서 중심을 바라보는 관찰자, 혹은 이방인을 자처한다는 점이다. ‘작가들은 대부분 이방인이라는 지위를 소중하게 여긴다. 작가가 세상을 고찰하는 관점과 자격은 바로 그러한 위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국내에 출간된, 세계적 작가 36명의 인터뷰를 그러모아 관심을 모은 ‘작가란 무엇인가’ 시리즈(전 3권)를 탐독한 독자라면 반색할 만한 책이다. 물론 인터뷰이의 저작을 제대로 읽은 적 없는 독자라면 완독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책과 길] 세계 최고 작가, 그들의 문학적 뿌리는?
입력 2017-03-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