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연쇄이혼’ 신호탄? 스코틀랜드 독립 재추진 결정

입력 2017-03-29 18:37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총리 집무실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영국의 EU 탈퇴를 통보하는 내용이 담긴 서한에 서명하고 있다. 이로써 영국은 EU 국가들과 탈퇴 관련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하게 됐다. AP뉴시스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에 본격 돌입하자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재추진하겠다며 분리 독립 국민투표를 벌이기로 결정했다. 향후 진행될 브렉시트 협상이 스코틀랜드에 미칠 영향에 따라 ‘연합 왕국(United Kingdom)’의 위상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29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전날 서명한 EU 탈퇴 통보문을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 EU본부주재 영국대사를 통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전달했다. 동시에 메이는 성명을 내고 “EU 탈퇴 결정은 내려졌다. 이제는 함께할 때”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영국 국민투표에서 결정된 브렉시트가 약 9개월 만에 공식 탈퇴 협상 수순으로 들어가게 됐다. 메이는 서명에 앞서 투스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서한의 내용을 미리 설명했다.

메이의 역사적인 서명에 앞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의회는 28일 2019년까지 제2차 독립 국민투표를 치르도록 영국 정부에 허가를 요청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찬성 69표, 반대 58표였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이번 주 메이에게 독립 국민투표를 열겠다는 요청이 담긴 서한을 보내게 된다. 국민투표는 영국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 치러질 수 있다.

스코틀랜드는 이미 2014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했다. 당시 찬성 45% 대 반대 55%로 부결됐다. 브렉시트 결정에 앞서 치러진 1차 투표와 달리 2차 투표에서는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다. 스코틀랜드 주민 62%가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메이에게 스코틀랜드의 적극적인 반발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메이는 ‘독립투표는 없다’며 강경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27일 스터전과 만난 자리에서 “현 시점은 분리 독립 투표를 재추진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거듭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또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 전체를 위한 최선의 협상을 얻어야 할 때다. 모든 사실이 나오기 전에 중요한 선택을 하도록 몰아세우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덧붙였다.

영국과 EU는 내년 10월까지 협상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U 정상은 다음 달 29일 특별회의를 열고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을 채택할 계획이다. EU 유럽담당장관이 협상 지침을 마련해 승인하고 EU 집행위원회 내 브렉시트 협상대표에게 협상 진행을 위임하는 후속 절차를 거치게 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