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순회경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남아 있는 영남권·수도권 순회경선 압승도 자신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의 ‘안방’이자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충청권 경선에서도 ‘문재인 대세론’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중원 장악으로 ‘결선 없는 본선행’이라는 문 전 대표의 경선 목표 달성 가능성이 더 커졌다.
문 전 대표 측은 29일 대전 충무실내체육관에서 충청권 순회경선 승리에 상당히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안 지사를 두 자릿수(11.1% 포인트) 득표율 차로 눌렀기 때문에 향후 경선가도에 더 이상의 장애물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31일 3차 순회경선이 열리는 영남권은 문 전 대표의 출생지인 경남(거제) 선거인단 비중이 높은 데다 부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였다.
문 전 대표 측은 부산·경남(PK)뿐 아니라 대구·경북(TK)에서의 동반 승리를 위해 최근 김부겸 의원 측의 대구 조직 일부를 흡수해 별도의 TK조직본부도 만들었다. 호남권 압승에 이어 영남권 승리를 더하면 ‘영·호남 통합 대통령’ 슬로건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다음달 3일 개최되는 수도권 순회경선 역시 확실한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수도권 선거인단이 120만명이 넘는데, 그 어느 지역보다 지지세가 강한 곳이 수도권”이라며 “최대 고비였던 충청에서도 승리한 만큼 영남과 수도권 득표율도 호남 득표율(60.2%)을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캠프의 다른 관계자도 “안 지사는 충청 선거 결과로 반전의 발판을 만들기 더 어려워졌고, 이 시장도 열악한 조직력이 그대로 드러나 역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문 전 대표 캠프는 호남·충청 순회경선의 기세를 몰아 결선 투표 없이 본선에 직행하겠다는 당초 목표에도 한걸음 더 다가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캠프는 다음달 3일 공개되는 종합득표율도 최저 55%, 최대 65%를 내다보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충청권 경선을 상당히 치밀하게 준비해 왔다. 특별한 지역기반이 없는 이 시장과 달리 안 지사는 충남이라는 확고한 기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초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조기 낙마하면서 안 지사가 ‘충청 대망론’을 등에 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경선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충청 5선인 박병석 공동선대위원장과 박범계 대전시당위원장, 도종환 충북도당위원장 등 충청권 정치인을 상주시키며 표밭 관리에 주력했다. 그 결과 이날 대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득표하고 일반국민·권리당원 상대 ARS 투표에서도 안 지사를 10% 포인트 이상 앞서는 데 성공했다.
이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호남 경선과 충청 대의원 선거에서 모두 과반을 점한 문 전 대표는 충청권 현장투표와 ARS 투표에서는 과반 획득에 실패했다. 안 지사를 제치긴 했지만, 호남에서의 압승이 충청 선거인단의 ‘안희정 지키기’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안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영남권에서 55%, 수도권에서 45% 정도를 득표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국민의당 경선이 진행될수록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지율이 오를 것이고, 그러면 ‘문재인 대세론’에 대한 선거인단의 불안감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최승욱 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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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11%P 차로 여유있게 安 꺾어… “이젠 장애물 없다”
입력 2017-03-29 18:15 수정 2017-03-30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