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제 구조물로 설계된 화물칸 벽이 천막으로 바뀌었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옥중(獄中)편지는 세월호 진상규명의 나침반이 될 겁니다.”
304명의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가려진 진실이 환갑을 맞은 한 목사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서서히 베일을 벗고 있다. 광주 광산구 서정교회 장헌권(60·광주NCC대표) 담임목사는 29일 “무리한 증개축에 따라 상층부로 옮겨진 선체의 무게중심을 아래로 분산하기 위해 철제 칸막이를 떼고 대신 가벼운 천막을 달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광주지법·고법에서 세월호 1·2심 재판이 열릴 때마다 세월호 가족들을 보살폈다. 그는 “첫 재판이 열리던 날 선장과 선원이 탄 호송차 앞에서 오열하던 가족들을 두고 볼 수 없어 시민상주 모임에 참여해 왔다”고 설명했다. 장 목사는 세월호 재판이 한창이던 2014년 10월 13일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선원 15명에게 ‘양심선언’을 종용하는 육필편지도 보냈다.
“어린 자녀들이 전남 진도 맹골수도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진 고통 속에서 광화문과 국회, 청운동을 노숙인처럼 헤매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1심 최후진술 때 진실을 말씀하십시오!”
법정에서라도 진실을 털어놓고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호소했다. 편지를 보낸 지 한 달여 만에 당시 조타수(배의 키 조종)였던 고(故) 오용석씨와 조기장 전영준씨 등 2명으로부터 세월호 참사의 비밀과 참회의 심경이 담긴 옥중편지를 받았다.
오씨의 편지에는 “세월호 선미 화물칸 2층 외벽을 천막으로 대체해 바닷물의 유입이 급속히 이뤄졌다”는 내용이 있었다. 수감 중 폐암 진단을 받고 가석방된 오씨는 지난해 숨졌다. 전씨는 “되돌릴 수 있다면 내 목숨으로 대신하고 싶다”며 눈물어린 속죄를 했다.
장 목사는 지난해 9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모른다면 국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며 “역사에 오점을 남기는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않기 위해 역사적 과제인 세월호의 진실규명을 서둘러 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장 목사는 “너무 늦었지만 세월호 이준석 선장 등이 그날의 진실을 고백해야 될 때가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2015년과 지난해 ‘차마 부를 수 없는 꽃’과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라는 제목의 세월호 관련 시집 2권을 잇따라 발간했다. 장 목사는 “세월호를 주제로 시화전시회를 열고 추모 책자도 발간할 계획”이라며 “우는 자와 함께 울고 아파하는 자와 함께 아파하라는 성경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글·사진 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옥중 편지, 세월호 진상 규명 나침반 될 것”
입력 2017-03-30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