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2016년 3월 30일(한국시간) 러시아월드컵 남미예선 6차전까지 브라질은 6위에 머물렀다. 2014년 미네이랑의 비극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한 브라질은 4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직행티켓을 놓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1년이 지난 29일 브라질은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불과 1년새 환골탈태한 브라질의 중심에는 ‘치치’라는 애칭의 아데노르 레오나르도 바치 감독이 있었다.
브라질은 29일 상파울루 아레나 코리치안스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 14차전에서 필리페 쿠티뉴(전반 34분·리버풀)와 네이마르(후반 18분·FC 바르셀로나), 마르셀루(후반 41분·레알 마드리드)의 연속골로 파라과이를 3대 0으로 완파했다. 8연승을 질주한 브라질은 10승3무1패(승점 33)를 기록했다. 브라질은 남은 네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한 4위를 확보해 월드컵 본선 진출국 제 1호를 기록했다. 이로써 브라질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회 월드컵부터 제21회 러시아 대회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본선에 오른 유일한 국가의 명성을 이어갔다.
2014년 제20회 월드컵을 개최한 브라질은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독일에 1대 7로 참패했다. ‘축구 황제’ 펠레와 호나우두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을 배출해 해가 지지 않을 것 같았던 브라질 축구는 자국 월드컵에서 자멸했다. 극심한 부진에 빠진 브라질은 루이스 펠리프 스콜라리 감독을 경질하고 ‘구원투수’로 카를로스 둥가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둥가호’는 순항하지 못했다. ‘2016 코파 아메리카’에서 29년 만에 예선에서 탈락했으며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도 2승3무1패(당시 6위)로 부진하자 브라질축구협회는 둥가와 작별했다. 이후 손을 잡은 사람이 치치 감독이다.
최악의 환경 속에 지휘봉을 잡은 치치 감독은 빠르게 팀을 안정시키면서 브라질 특유의 화려한 공격 축구를 되살렸다. 둥가 감독이 남미 예선 6경기에서 11득점 8실점을 기록한데 반해 치치 감독은 전승한 8경기에서 24득점 2실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줬다.
둥가 감독은 수비에 너무 치중했다. 그 결과 공격 전환과 전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면 치치 감독은 미드필드의 밸런스와 공격 전환에 중점을 뒀다. 미드필드진을 두껍게 꾸려 1선 공격수들이 수비 부담에서 벗어나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치치 감독은 전술 변화뿐만 아니라 선수 발굴과 활용에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20세의 신예 가브리에우 제주스(맨체스터 시티)가 대표적이다. 치치 감독은 브라질 사령탑 데뷔전인 에콰도르전(지난해 9월 1일)에서 제주스를 A매치에 데뷔시켰다. 당시 제주스는 두 골이나 터뜨리며 치치 감독에게 3대 0 승리를 안겼다. 제주스는 치치 감독 체제에서 6경기에 나서 5골을 쓸어 담았다. 유럽보다 한 수 아래로 취급된 중국리그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등용해 잠재력을 끌어올린 것도 그의 뛰어난 용병술을 웅변해주고 있다. 광저우 헝다의 파울리뉴는 24일 우루과이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데 이어 이날 파라과이전에서도 2도움을 기록하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베이징 궈안의 헤나투 아우구스토도 치치 감독의 신뢰 아래 든든한 허리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이날 에스타디오 에르난도 실레스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지역예선 14라운드 볼리비아 원정 경기에서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0대 2로 패했다. 6승4무4패(승점 22)를 기록한 아르헨티나는 5위로 떨어져 비상이 걸렸다.
메시는 지난 24일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남미 예선전에서 심판을 모욕한 혐의로 FIFA로부터 4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감독만 바꿨을 뿐인데… 삼바의 부활
입력 2017-03-30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