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이어 대만 인사까지… 中, 대만 인권운동가 구금

중국에서 돌연 실종된 대만 인권운동가 리밍저(42·사진)중국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마샤오광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리밍저가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앞서 홍콩 인사들을 잇달아 체포한 것에 이어 대만에까지 탄압의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리밍저는 대만 독립을 지향하는 민진당의 전 당원이었고 최근에는 타이베이의 원산평생대학 교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인권운동을 해왔다. 매년 정기적으로 중국 비정부기구와도 교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9일 교류 행사 참석차 마카오를 통해 중국 광둥성에 도착한 뒤 연락이 두절돼 열흘가량 실종된 상태였다.

리밍저가 중국 메신저인 ‘위챗(웨이신)’에 공유한 게시글이 중국을 자극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위챗을 통해 양안 관계를 거론해 지난해 계정이 차단됐다. 또 지난해 체포된 중국 인권변호사의 가족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을 걱정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대만인권촉진회의 추이링 사무총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리밍저는 위챗에 대만의 민주화 경험과 시사 문제에 관한 의견을 밝혀왔다”면서 “대만인의 입장에서는 조금도 민감해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가 언제쯤 풀려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마 대변인은 “정상적인 활동차 중국에 온 대만 동포라면 권익이 모두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 프론트라인디펜더스는 전날 중국 당국에 낸 긴급청원을 통해 “리밍저를 무조건적으로 즉각 석방하고 유엔총회가 결의한 보호규칙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중국의 대(對)대만 협상기구인 해협양안관계협회 천더밍 회장은 지난 25일 보아오 포럼에서 양안 관계에서 ‘일국양분치(一國兩分治)’ 구상을 공개해 주목된다. 대만 언론은 천 회장의 ‘분치'라는 표현을 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만을 강요해온 중국이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