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29일 “원칙과 명분이 중요하다. 너무 계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일찌감치 보수 후보 단일화론을 주장했지만 대선 후보 선출 이후 단일화 논의와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대신 당장 유 후보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올인’하고 있다. 4월 초까지 존재감을 키우지 못할 경우 유 후보 의지와는 무관하게 당 안팎의 단일화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는 서울 중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무실에서 이 전 총재를 만나 “짧은 시간이지만 국민들도 결국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며 ‘원칙과 명분’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총재는 “요즘 국민이 제3지대, 연대라고들 하는데 혼란스러워한다”며 “나라가 가야 할 길을 확실하게 제시하고 깃발을 들고 가는 분이 있어야만 국민이 안심하고 기대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멘토’인 이 전 총재의 조언에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4월 15일을 단일화 논의의 1차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늦어도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4월 30일 이전까지는 각종 단일화 논의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유 후보는 이때까지 미미한 지지율을 높이지 못할 경우 거센 단일화 요구에 내몰릴 수 있다. 범보수 진영에선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후보가 한 번에 준결승전을 치러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바른정당과 한국당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는 점이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정치 노선이나 지지층이 다르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를 이뤄도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 한 의원은 “유 후보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 인적 청산 등을 단일화 전제조건으로 걸고 있지만 막판에는 진보 진영의 대세론을 막아야 한다는 대의에 승복하지 않겠느냐”며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유 후보는 이날 오전 대선 후보로서의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유 후보는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모두가 함께 사는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한국당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며 “한국당은 낡은 보수의 틀 안에 갇혀 있어 실망스럽다”고도 했다.
바른정당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국회의원·원외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당내 최다선인 6선의 김무성 의원을 만장일치로 선거대책위원장에 추대했다. 김 의원은 “유 후보 승리를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유 후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와 안보의 최고 전문가로 패권주의를 배격하는 올바른 정치인”이라고 치켜세웠다. 유 후보는 “김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는데 내가 고집을 부려서 선대위원장으로 모셨다”고 했다.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유승민 “단일화 앞서 지지율”… 존재감 키우기 올인
입력 2017-03-29 1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