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우석대 최모 교수가 제자 170여명을 정치행사에 참여시킨 뒤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제공하고 영화까지 보여줬다가 관련자 4명이 검찰에 고발됐다. 해당 교수는 논란이 확산되자 반성은커녕 제보자 색출과 함께 사실관계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1960∼70년대 고무신 선거, 막걸리 선거와 뭐가 다른가. 아무것도 모른 채 정치행사에 동원된 학생들은 선거법 위반으로 200만원 안팎의 과태료까지 물어야 할 위기에 몰렸다. 공직선거법은 제3자의 기부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교수가 무슨 출세를 하겠다고 정치권에 줄을 서고, 심지어 제자들까지 끌어들이다니 놀랍고 한심하다. 이런 교수는 학교를 떠나는 게 맞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에 최 교수 등이 태권도학과 학생 172명을 참석토록 한 뒤 1인당 3만6000원짜리 뷔페 식사와 7000원짜리 영화를 보여줬다. 이 포럼은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지지 모임으로, ‘연탄재 시인’으로 잘 알려진 안도현 우석대 교수가 공동대표다. 그는 현재 문캠프 전북지역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학교 측은 행사 비용에 500여만원을 지출했는데 이 돈은 태권도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돼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의 일부라고 밝혔다. 황당하다. 뷔페 식당에서 밥 먹고, 영화 보는 것이 태권도 특성화 사업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최 교수는 “수업의 일환이었다”고 해명했는데 푸줏간의 소가 웃을 일이다. 의혹 내용과 학교 측 해명을 보면 우리 대학사회가 이렇게까지 무너졌는지 한심하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
이와 관련한 민주당 태도 역시 실망스럽다. 극단적 폴리페서의 일탈행위라고 하지만 문 전 대표가 참석한 공식 행사에서 벌어진 일인데 “캠프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당 차원에서 개입했거나 문 전 대표가 사전에 알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상식이 있다면 먼저 유감을 표시하는 게 옳다. 더욱이 문 전 대표는 적폐 청산을 외치며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에 나선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아닌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불법행위는 처벌 받겠지만 민주당은 당을 위해서, 문 전 대표를 위해서 자성과 함께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
[사설] 학생 동원한 폴리페서와 민주당의 실망스런 인식
입력 2017-03-29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