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며 내우외환의 위기 속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그 어느 선거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럼에도 나라의 미래를 걸머질 후보를 제대로 검증할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칫하면 당원 중심의 조직투표, 지지자 중심의 진영투표로 끝날 우려가 크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선거가 이렇게 끝나면 국민 갈등은 더욱 노골화되고 편가름은 더욱 심화될 조짐이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급작스러운 대선 국면으로의 전환은 준비 안 된 대통령과 준비 안 된 정권을 탄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제라도 각 정당과 후보들은 나라의 비전을 두고 경쟁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한 진영의 대표가 아니라 5000만 국민과 700만 해외동포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비전을 보여야 한다. 향후 5년간 국정을 위임하는 대선이 정책 매니페스토를 통해 철저히 검증되지 못한다면 향후 국정운영의 혼란과 비효율을 초래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역대 대선 공약을 보면 우리가 바라는 방향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목표와 재원, 추진 일정 등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공약, 우선순위가 없는 망라형 공약, 표가 있는 곳이라면 무슨 공약이나 남발하는 선심성 공약이 주를 이뤘다. 검증 안 된 깜짝 공약이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책공약보다 정치공세가 주를 이뤄 왔다.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이나 우리의 미래세대가 져야 할 부담은 생각지도 않고 당장의 당선만을 위해 무책임한 공약을 남발해 왔다. 이렇게 선거를 치르고 나면 당선 이후가 더 힘들어진다.
대선은 인물 선택의 장이기도 하며, 정책 패키지를 선택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정권을 담당할 후보자와 정당은 정책 매니페스토를 통해 나라의 장래에 관한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부여해 국민의 선택을 구하는 것이다. 어떻게 임계점에 치닫고 있는 남남갈등을 극복하고 산적한 경제·안보문제를 해결할지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후보자와 정당이 선거과정에 자신들의 약속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그것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국민이 평가해 위임하면 정권을 잡은 정당은 선거가 끝나면 즉시 실천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책으로 승부해야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고 대통령의 리더십을 강화할 수 있다. 매니페스토 선거는 정권의 임기 중 실시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정책 패키지를 국민 손에 의해 사전에 위임받는 과정이다. 따라서 국정의 개혁은 선거 단계에서부터 국민의 위임이 형성되며, 선거 후 정치인들에게는 일정한 행동 룰을 부여하고, 행정부에는 집행계획을 사전에 제시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나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선거과정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치지 못해 엄청난 국력 낭비를 초래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당선 후 인수위 준비과정이 없기 때문에 당선되면 곧바로 국정 수행에 돌입해야 한다. 따라서 당선 후 수행할 핵심과제를 선거 때 충분히 설명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인 동의를 얻지 못하면 국정 수행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후보와 정당은 당선되면 즉각 실행에 옮길 경제·안보 관련 핵심공약부터 제시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언론과 시민단체는 후보자 공약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실시해 유권자가 올바른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며, 후보 간 TV토론을 활성화해 유권자가 어려운 공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현출(건국대 교수·정치외교학과)
[시사풍향계-이현출] 대선후보들, 정책으로 승부하라
입력 2017-03-29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