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올해 ‘지킬 앤 하이드’ ‘드림걸즈’ ‘시카고’ ‘리걸리 블론드’(금발이 너무해) ‘캣츠’ 등 외국 배우들이 원어로 공연하는 뮤지컬 5편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다. 관습적으로 이들 작품에 대해 ‘오리지널 뮤지컬 내한’이라고 표현해 왔는데, 과연 맞는 것일까.
A : ‘지킬 앤 하이드’(∼5월 21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 이어 ‘드림걸즈’(4월 4일∼6월 25일 샤롯데씨어터) ‘시카고’(5월 27일∼7월 23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리걸리 블론드’(6월 22일∼8월 13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 ‘캣츠’(7월 11일∼9월 1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는 뮤지컬의 본고장인 뉴욕 브로드웨이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리지널 뮤지컬 내한’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제작사들은 원작 창작자가 참여했거나 판권을 가진 현지 프로덕션이 제작한 공연까지 ‘오리지널’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2년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영어 버전에도 ‘오리지널’이라는 타이틀이 달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영미 공연계에서 ‘오리지널’이란 표현을 쓰는 것은 초연에 한해서다. 예를 들어 초연 캐스트(배우)를 오리지널 캐스트로 부르는 식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국내에서 그동안 공연됐던 내한 뮤지컬의 경우 초연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새로운 캐스트로 이뤄진 투어팀인 만큼 ‘오리지널’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자국의 창작뮤지컬 초연 때만 ‘오리지널’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최근 한국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의 제작 방식이 다양화되면서 ‘오리지널’이란 표현이 맞지 않게 됐다. ‘시카고’ ‘리걸리 블론드’는 영미 프로덕션이 직접 제작한 투어 버전이고, ‘캣츠’는 설앤컴퍼니가 판권을 가진 영국 RUG와 공동제작한다.
‘지킬 앤 하이드’와 ‘드림걸즈’는 국내 제작사인 오디컴퍼니가 만들었다. ‘지킬 앤 하이드’는 그동안 한국판을 만들었던 창작진과 브로드웨이 배우들을 결합해 제작했다. 미국의 워크라이트 프로덕션이 동참했지만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 유럽 등 해외 무대 수출을 목표로 한 만큼 공식적으로 ‘월드 투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드림걸즈’의 경우 미국 초연 당시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신 대표가 이번에 새롭게 브로드웨이 스태프와 배우들을 기용해 만든 것이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오리지널’이란 표현은 국내 제작사들의 언어적 수사다. 그동안 국내 관객들이 해외에서 온 작품이 무조건 좋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발돼 왔다”면서 “‘지킬 앤 하이드’나 ‘드림걸즈’처럼 국내 제작사가 주도적으로 프로덕션을 만드는 상황에서 사대주의적인 ‘오리지널’ 표현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우리 그 얘기 좀 해요-문화계 팩트체크] 뮤지컬, 외국 배우들 나오면 모두 ‘오리지널 내한 공연’?
입력 2017-03-29 2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