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김회권 교수] “모세오경 통독하면 냉담한 마음에 불 붙어”

입력 2017-03-30 00:02
김회권 숭실대 교수가 지난 24일 자신이 펴낸 ‘하나님나라 신학으로 읽는 모세오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교수는 “모세오경은 한두 시간씩 집중해 통독하는 게 더 유익하다”고 권했다. 강민석 선임기자
토라(Torah)는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신명기 등 구약성경의 처음 다섯 권을 가리킨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 두루마리 책을 다섯 개의 통에 넣어 보관했다는 전설에서 오경(五經)이라는 이름이 유래했고, 모세가 썼다고 해서 모세오경으로 불린다. 아브라함의 후예인 히브리 민족이 언약 공동체인 이스라엘로 형성돼 전 세계 민족을 하나님께 이끌 거룩한 백성이자 제사장 나라로 발돋움하는 과정을 다룬다.

김회권(57)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가 최근 ‘하나님나라 신학으로 읽는 모세오경’(복있는사람)을 펴냈다. 구속사적 관점으로 모세오경 전체를 주석했다. 히브리어 본문과 한글성경, 영어성경 등을 읽으며 다른 참고서적 없이 직접 강해했다고 밝혔다. 이번 책은 12년 전에 같은 제목으로 나온 책의 개정증보판이지만 3분의 2가 새로운 내용이다. 200자 원고지 5300매 분량으로 전체 1448쪽에 달하는 ‘벽돌’ 책으로 재탄생했다. 책 속의 ‘논문’ 격인 6개 보설은 ‘출애굽 역사성과 연대 논쟁’ 등 변증적 주제를 심도 깊게 다루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 교목실장실에서 만난 김 교수는 “모세오경은 예수님의 구원 이야기다.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인류의 역사이자, 우리 모두의 인생사”라고 단언했다. 김 교수는 눈을 감은 채 심취한 듯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의 작은 책상 위에는 커다란 히브어성경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모세오경을 옛날이야기로 읽지 않습니다. 내 이야기로 읽습니다. 창세기 3장을 읽으면서 나를 발견하고,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에서 겪은 400년 압제는 끝나지 않는 우리의 고난과 오버랩 됩니다. 성경 읽기의 진수는 내 이야기로 읽는 것입니다. 모세오경은 장엄한 드라마입니다.”

김 교수는 1983년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한국기독대학인회(ESF) 간사로 활동하면서 신학에 입문, 93년 장로회신학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프린스턴 신학대학원에서 성서신학석사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은 이사야서를 주제로 썼다. 하지만 이사야서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모세오경으로 돌아가야 했다. 목회학 석사는 레위기로, 신학석사는 신명기로 논문을 쓴 이유다.

“모세오경이라는 장엄한 울림이 없으면 이사야는 없었어요. 성경의 모든 책엔 모세오경이 들어있습니다. 신약의 복음서도 그렇고요. 요한계시록에는 열두 지파의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까. 모세오경은 성경 66권의 토대요 뿌리입니다. 모세오경을 읽지 않고 다른 성경부터 읽으면 영화를 시작하고 30∼40분 지나서 보는 것과 같습니다. 모세오경은 이스라엘 역사의 압축파일이지요.”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성경을 읽을 때 통독이 중요하다고 했다. 끊어 읽는 QT식 읽기보다 통독이 성경 입문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모세오경은 앉은자리에서 연속적으로 한두 시간씩 통독해보라 권했다. 그래야 냉담한 마음에 불이 붙는다고도 했다.

“구약 예언자들의 비분강개함은 모세오경을 읽지 않으면 공감할 수 없습니다.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시는 예수님은 레위기를 모르면 감동이 오지 않습니다. 성경 전체 주제를 요한복음 3장 16절 말씀에 빗댄다면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는 구약이고, ‘독생자를 주셨으니’가 신약입니다. 그런데 모세오경은 ‘이처럼 사랑하사’ 부분입니다. 이스라엘이 죄로 인해 멸망당하지 않도록 구리 뱀을 세웠던 구원의 이야기이지요.”

모세오경에선 구속 역사를 가진 하나님나라 신학이 발견된다. 김 교수는 “하나님나라 신학은 개인 구원에서 출발해 이 세상 피조물도 순종하게 만드는 우주적 구원론”이라고 했다. 성경은 개인구원만을 말하지 않고 사회 정치 경제 문화 등 삶의 모든 영역에 구원이 임하는 것을 선포한다고 했다.

그는 모세오경이 보여주는 부활과 종말론적 신학도 언급했다. 하나님의 선한 창조세계가 악의 공격에 무너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악을 한꺼번에 일망타진하기 위한 허용적 심판유예라고 해석했다.

“시편 16편 10절은 ‘죽음의 세력이 나의 생명을 삼키지 못하게 하실 것이며 주님의 거룩한 자를 죽음의 세계에 버리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새번역)’이라고 말합니다. 주님은 세월호의 눈물과 함께 계셨습니다. 주님의 병에 담긴 눈물은 심판 때에 모두 씻길 것입니다.”

글=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