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껐지만… 내용은 낙제점

입력 2017-03-29 01:57
홍정호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전반 4분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뒤에서 골을 축하해주기 위해 뛰어오고 있는 선수는 황희찬. 슈틸리케호는 경기 내내 졸전을 펼쳤지만 홍정호의 천금같은 결승골로 간신히 2위 자리를 유지했다. 뉴시스

전반 5분까지 시원했지만 나머지 85분은 답답했다. 수비수 홍정호가 ‘슈틸리케호’의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전반 4분 홍정호가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리자 ‘창사 쇼크’로 속을 태우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만세를 불렀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머지 시간 내내 졸전을 벌이며 이겨도 이긴 것 같지 않은 찝찝함을 보여줬다. 승점 3점은 따냈지만 경기력이 여전히 살아나지 않아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주진 못했다.

한국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7차전에서 홍정호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 0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4승1무2패(승점 13)를 기록했다. 시리아는 2승2무3패(승점 8)가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적인 4-1-4-1 전형을 가동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젊은 피’ 황희찬이 출격했다. 공격 2선에 손흥민과 구자철, 고명진, 남태희가 포진했다. 주장 기성용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 경기를 조율했다. 포백 수비라인엔 김진수, 장현수, 홍정호, 최철순이 섰다. 골문은 권순태가 지켰다.

한국은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침착하게 시리아를 밀어붙였다. 밀집수비가 트레이드마크인 시리아는 예상과 달리 적극적으로 공격하며 정면승부를 걸어 왔다. 한국을 꺾고 승점 3점을 가져가겠다는 심산이었다.

한국은 성급하게 공격에 나선 시리아를 상대로 경기가 시작된 지 5분도 안 돼 선제골을 터뜨렸다. 손흥민의 오른쪽 코너킥이 수비를 맞고 흐르자 페널티지역에 있던 홍정호가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시리아 골문을 열었다.

시리아 선수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난 6경기에서 철벽 수비로 2골밖에 허용하지 않은데다 이렇게 일찍 골을 내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은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쉽사리 추가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시리아는 만회골을 넣기 위해 수비라인을 올린 뒤 역습을 노렸다.

전반 30분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시리아의 프리킥 때 문전 혼전 상황에서 알 시블리에게 오른발 터닝슛을 허용한 것이다. 볼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자 한국 선수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이 1-0으로 앞선 채 시작된 후반. 시리아는 수비라인을 더 높이 끌어올린 뒤 강한 압박과 함께 파상 공세를 펼쳤다. 후반 초반 볼은 좀처럼 한국 진영을 벗어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9분 2선 공격수 고명진을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을 투입했다. 잠시나마 수비 부담에서 벗어난 기성용이 경기를 조율해 한국의 공격이 살아났지만 시리아를 압도하진 못했다.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지던 후반 25분 한국은 골을 허용할 뻔했다. 페널티지역에서 나크달리에게 노마크 찬스를 내준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권순태의 슈퍼세이브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시리아는 공격수들을 교체 투입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한국은 추가 시간에 시리아 선수가 찬 볼이 골대에 맞고 나가는 행운까지 얻으며 가까스로 승리를 지켜냈다.

한국은 시리아를 꺾긴 했지만 체력과 경기 내용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골 결정력은 여전히 약했으며 공격 루트는 단조로웠다. 상대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연계플레이도 원활하지 않았다.

슈틸리케호는 일단 큰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이대로라면 남은 조별예선 여정은 가시밭길이 될 수밖에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