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대부도, 섬이 부르네, 봄마중 가세

입력 2017-03-30 05:02
경기도 안산시 탄도항 풍력발전기 너머로 붉은 노을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구봉도 낙조전망대
영흥대교
봄볕이 유혹하는 요즘, 가족끼리 재미있게 섬으로 떠나보자. 당일치기로 여러 개의 섬을 한번에 찾아 포구의 비린내, 무수한 갯가 생명체, 너울너울 춤추는 갈매기를 보고 느끼는 즐거움이 쳇바퀴 같은 일상의 단조로움을 말끔히 씻어준다.

우리나라에서 스물 네 번째 크고, 서해안에서 가장 큰 대부도는 아름다운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수도권 근교의 대표적 여행지다. 섬 면적이 40.7㎢로 여의도 면적의 다섯 배 정도 된다. 1994년 12월 행정구역 개편으로 인천 옹진군에서 경기도 안산시에 편입됐다. 고려시대부터 남양쪽에서 바라보면 섬 같지 않고 큰 언덕처럼 보인다고 해 대부도(大阜島)라고 붙여졌다. 섬 모양이 낙지와 같다 해 ‘낙지섬’이라고도 불린다.

쉼과 치유, 천혜의 생태자연을 보유한 보물섬으로 2014년 12월 환경부에 의해 섬 전체가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돼 미래의 여행지로 주목 받고 있다. 서울에서 가까워 승용차는 물론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한 여행이 가능해 남녀노소가 쉽게 찾는 곳이다. 섬 전체를 일주하는 ‘대부해솔길’을 걸어도 좋다.

대부해솔길은 제주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처럼 대부도의 해안선을 따라 자연경관을 바라보면서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대부도관광안내소에서 시작해 구봉도, 대부남동, 선감도, 탄도항을 거쳐 대송단지까지 연결됐다. 끝없이 이어지는 갯벌과 살아 숨 쉬는 바다 생태환경은 도심의 스트레스에 지친 여행자들에게 진정한 쉼을 제공한다.

총 7개 구간, 74㎞로 조성돼 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제1코스 방아머리에서 돈지섬 안길까지 이어지는 11.3㎞다. 다른 구간들도 염전길, 포도밭길, 소나무숲길, 해안길 등 1코스 못지않게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어 대부도의 다양한 자연과 문화를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대부해솔길 1코스의 관문인 개미허리 아치교를 지나 구봉도 끝자락에 위치한 낙조전망대에 이르면 대부도 낙조를 상징하는 ‘석양을 가슴에 담다’라는 조형물이 맞이한다. 동그란 띠와 석양 모양의 구조물로, 그 사이로 보이는 석양이 아름답다. 해가 질 무렵 때를 맞춰 방문하면 최고의 서해안 낙조를 즐길 수 있다.

석양으로 유명한 곳이 대부해솔길 제6코스에 해당하는 탄도다. 누에섬 등대전망대가 유명하며 최대 높이 8m 내외로 밀물과 썰물이 하루 2차례씩 드나든다. 물이 빠져나가면 바다가 갈라지며 길이 드러나고 숨겨졌던 회색의 땅이 갯벌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그저 질퍽한 땅에 불과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생물의 보고(寶庫)다. 미끌미끌한 진흙 속에는 플랑크톤을 비롯한 바다 생물들에게 유익한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작은 우주를 만들어 낸다. 서해안의 낙조로 장관도 연출돼 바다를 가까이 느끼기엔 최적의 장소이다. 탄도항에는 안산어촌민속박물관도 있다.

시화방조제에는 2011년 완공된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발전소를 볼 수 있다. 조력발전은 하루 두 번 밀물 때 발생하는 수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청정에너지다. 최고 9m의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연간 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생산, 31만5000t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하고 있다.

조력문화관은 조력발전의 원리를 알아 볼 수 있는 훌륭한 과학체험 학습공간으로 어른은 물론 아이들과 돌아보기에 더 없이 좋다. 2014년 6월에 개장한 75m 높이의 달전망대는 시화호와 서해를 조망할 수 있는 안산의 랜드마크다.

대부도에서는 행정구역상 인천에 속하는 해안선 길이 42㎞의 영흥도가 이어진다. 다리를 통해 건너니 섬이 아닌 섬이다. 선재도, 측도, 목도 등 주변에 흩어진 크고 작은 무인도까지 포함하면 20여개의 섬을 거느리고 있는 ‘섬의 종합선물세트’다. 선재대교와 영흥대교를 거쳐 영흥도 서쪽 끝까지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붉은 석양이 듬뿍 담긴 맛난 바지락칼국수 한 그릇을 먹는 것도 별미다. 조개구이, 고구마튀김 등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1270년 배중손이 이끄는 삼별초가 강화도에서 진도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영흥도를 기지로 삼아 70여일 동안 항몽전을 벌였다. 고려말 익령군(翼靈君) 기(琦)가 고려왕조가 망할 것을 알고 온 식구를 이끌고 이곳으로 피신시켰다고 한다. 당시 섬은 연흥도(延興島)라 불렀으나 익령군의 ‘영(靈)’자를 따서 영흥도라 했다. 6·25전쟁 때에는 인천상륙작전의 전초기지로 활용되는 등 많은 사연을 품고 있다. 십리포해수욕장과 장경리해수욕장, 소사나무 군락지와 고송 등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해양성 기후 조건으로 당도가 높은 포도가 생산되고 청정해역의 해산물과 갯벌, 갈매기가 풍경을 더한다.

선재도는 물이 맑아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춤을 추던 곳이라 해서 이름지어졌다. 2000년 선재대교가 완공되면서 대부도와 연결돼 낚시꾼 등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마을에는 500년 된 팽나무가 있으며 해안포구에는 먹거리가 풍부하다.










안산·인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