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교회, 보편성 고수해야… 분열 막고 통합으로 갈 수 있어

입력 2017-03-30 00:03

네덜란드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1854∼1921)는 조직신학 교과서의 저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 주요 신학교 조직신학 교재로 오랫동안 사용돼온 루이스 벌코프의 ‘조직신학’은 바빙크가 쓴 ‘개혁교의학’의 축약본이라고 볼 수 있다. 바빙크는 기독교와 교회의 보편성을 추구한 신학자로, 분리됐던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통합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책은 그가 ‘기독교와 교회의 보편성’이란 제목으로 한 1888년 신학교 이임 강연을 옮긴 것이다. 바빙크는 서문에서 “모든 피조물을 거룩하게 할 수 있는 종교는 원리적으로 오직 하나이고 그 종교는 바로 기독교”라며 “교회의 보편성과 기독교의 보편성을 고수하는 것은 오류와 분열이 만연한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설파했다.

분리됐던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통합이 논의되던 때, 그의 목소리는 비장하면서도 치밀하게 느껴진다. 바빙크는 크게 성경이 말하는 보편성, 교회사 속의 보편성, 보편성이 그리스도인에게 부여하는 의무 등 세 가지에 대해 얘기한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보내 온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계획(요 4:42)을 보여줬다. 이 세상이 그리스도의 나라가 될 때(계 11:15)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한다는 것은 기독교의 완전한 보편성을 보여준다.(17쪽) 또 사도들은 초대 교회를 하나의 몸으로 인식했다. 교회사 속에서 로마 가톨릭은 교회제도 안에다 기독교의 진리를 가뒀지만, 종교개혁가들은 이 진리를 해방시켰다. 루터 츠빙글리 칼뱅 등은 복음을 통해 죄와 죽음으로부터 해방된 그리스도인의 자유을 위해 싸웠다.

기독교와 교회를 동일시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을 창시했다는 것이다.(42쪽) 그렇다면 우리의 의무도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스스로 유일한 진리라 주장하지 않고, 주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기독교 신앙과 교회의 보편성을 보존하는 것이다.(72쪽) 바빙크의 신학적 지향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의 보편성에 대한 이해를 분명히 할 수 있는 귀한 책이다.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