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캔들’이 결국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뇌관을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러시아 국영 은행장을 접촉한 트럼프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36) 백악관 선임고문을 조사키로 했다. 여기에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44) 하원 정보위원장은 백악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다는 파문에 휩싸였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쿠슈너는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를 만났다. 이어 지난 1월 세르게이 고르코프 러시아 브네시코놈뱅크(VEB) 은행장을 면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재무부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VEB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러시아가 제재를 풀기 위해 ‘실세’ 쿠슈너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으론 쿠슈너가 자신의 부동산 기업 ‘쿠슈너컴퍼니’의 프로젝트를 위해 고르코프를 접촉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찌됐건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백악관은 쿠슈너가 러시아 인사들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될 일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내통 의혹을 조사 중인 누네스는 백악관에서 정보원과 접촉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그가 지난 22일 “전임 행정부의 정보기관이 트럼프 인수위의 정보를 수집해 전파했다”고 폭로하기에 앞서 그 전날 밤 백악관 영내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누네스는 “이미 알고 있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백악관에 갔었다. 정보를 살펴볼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백악관과의 ‘짜고 치기’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내부 인사가 직접 관련 정보를 제공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왜 하원 정보위원회는 빌(빌 클린턴)과 힐러리의 거래는 조사하지 않느냐”며 “트럼프와 러시아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초 트럼프는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클 플린이 러시아 내통 의혹으로 낙마한 데 이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도 공세에 시달리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타워를 도청했다”며 ‘오바마 도청 파문’을 일으켰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건의 실체를 덮으려 하고 있다. 특별검사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미 법무부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이른바 ‘피난처 도시’가 불법체류자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며 연방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세션스 장관은 “(이민법 관련) 위반 사항을 개선하지 않으면 보조금 지원 보류, 중단, 자격박탈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뇌관 향해 가는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
입력 2017-03-2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