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과의 한 살림을 끝내고 본격적인 결별 수순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별에 대처하는 서로의 자세가 확연하게 달라 딴살림을 차리기도 전부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29일(현지시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가 공식 통보되면 향후 2년 동안의 협상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민감한 현안들도 산적해 있다.
일단 영국과 EU의 ‘이혼’ 과정부터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9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탈퇴 의사를 담은 서한을 전달한 뒤 의회에서 관련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때부터 자발적 탈퇴국과 기존 회원국 간의 법적 관계를 재정비하는 절차를 담은 ‘리스본 조약 50조’가 발동된다. 조약이 발동되면 국방 현안과 국경 문제, 영국과 EU의 자유무역협정(FTA), 유럽사법재판소의 사법권 관할, EU 기관 이전 등 협상해야 할 난제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협상 과정에서 영국이 수정 또는 폐기해야 하는 법규만도 10만개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스크 의장이 이날 서한 수령을 확인하는 공식 성명을 내놓으면 31일까지 나머지 27개 EU 회원국은 ‘브렉시트 가이드라인 초안’을 채택할 예정이다. 다음달 29일 EU 정상회의에서 가이드라인이 승인되면 비로소 EU 집행위원회가 영국과의 협상 권한을 갖게 된다. 협상 기한인 2년 안에 타결안이 도출되지 않더라도 협상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영국은 2019년 3월 자동으로 EU에서 떨어져 나간다.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과도기 이행 기간을 두기로 합의할 가능성이 있어 완전한 브렉시트는 이후 몇 년 뒤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복잡하고 지난한 결별 과정만큼이나 ‘이혼 합의금’ 문제도 첨예한 사안이다. EU는 벌써부터 징벌적 성격의 ‘위자료’를 충분히 받아내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EU는 우선 2014∼2020년 EU 예산계획이 확정될 당시 영국이 약속한 분담금 등 600억 유로(약 73조3400억원)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새로운 관계를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에 앞서 영국의 탈퇴 조건인 합의금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EU의 주축인 독일 정부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강경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하며 영국의 EU 탈퇴 합의금이 최저 245억 유로(약 29조6020억원)에서 최고 728억 유로(약 87조96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례 없는 EU 회원국의 탈퇴 현실화는 현재까지 불확실성의 증폭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양측이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질서 없는 탈퇴’가 진행된다면 국제적으로도 일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경우 불확실성은 당장 유럽발 악재로 국제 경제지표를 물들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영국의 가장 대표적인 EU 협상가로 리스본 조약 50조의 초안을 작성한 존 커 상원의원(전 외교차관)은 27일 폴리티코유럽과의 인터뷰에서 “리스본 조약 50조는 발동한 뒤 ‘돌이킬 수 없는(irrevocable)’ 조항이 아니라며 영국이 EU 탈퇴 결정을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커 의원은 영국이 자신이 고안한 조약을 활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면서 “(영국이 마음을 바꾸기로 했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는 영국 측 협상가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英, 3월 29일 EU탈퇴 통보… ‘이혼 비용’이 관건
입력 2017-03-2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