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의 작은 섬 교동도는 북한과의 거리가 3.2㎞에 불과한 최접경 지역이다.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주민 3만여 명이 배를 타고 건너와 피난살이를 했던 섬으로 북한과 가까워 타 지역 실향민들도 찾아와 그리움을 달래곤 한다.
하지만 접경지역인데다 섬이란 지리적 한계 때문에 개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왔다. 이런 교동도를 민·관이 힘을 합쳐 ‘평화와 통일의 섬’으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가 추진된다.
행정자치부는 28일 교동도에서 ‘평화와 통일의 섬 교동도 프로젝트’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행자부, 통일부, 인천시, 강화군, KT, 인천관광공사 등 6개 기관과 주민대표 등이 참가했다. 프로젝트는 주민들이 발굴한 사업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민디자인단이 구체화하고 민간기업과 지자체, 중앙정부가 재정적·행정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지난해부터 추진한 프로젝트의 첫 성과물로 이달 들어 대룡시장 인근에 교동 제비집이 준공됐다. 관광안내실, 화상강의실, 작은 갤러리, 영화관 등으로 활용되는 공간으로 남북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이곳에도 자주 찾아오는 제비에 착안해 제비집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교동 제비집에서는 자전거와 스마트워치를 빌릴 수 있어 자전거를 타고 교동도 내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교동도의 명소를 담은 가상현실(VR) 영상을 감상하고 560인치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북한 황해도 지역의 풍경도 볼 수 있다.
제비집 옆에는 공동체시장도 조성돼 오는 5월부터는 마을기업에서 생산된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대룡시장을 정비하고 기존 농로 등을 활용해 자전거 길과 걷는 길(평화 나들길) 39㎞를 조성하는 사업도 내년까지 진행된다.
KT는 노인 30가구를 선정해 고독사 예방을 위한 ‘실버 케어(노인 요양)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민과 학생들에게 전산교육을 실시한다. 인천관광공사는 철책선, 망향대, 연산군 유배지, 박두성 생가, 교동읍성 등 교동도의 자원을 연계한 스토리텔링을 개발할 계획이다.
행자부는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교동도는 평화와 통일의 거점으로 바뀌게 돼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되면서 교동도에는 차량이나 자전거로도 방문할 수 있다. 김성렬 행자부 차관은 “교동도 프로젝트는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고 국민디자인단, 기업, 지자체, 중앙정부가 예산과 집단지성을 제공하는 모범적인 민·관협치 모델”이라며 “교동도가 평화와 통일의 섬이 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강화 교동도 ‘평화와 통일의 섬’으로
입력 2017-03-28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