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전혀 반성하지 않고 증거인멸 정황 있다”

입력 2017-03-28 18:09 수정 2017-03-28 21:31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비난하면서 법원에 기각을 촉구했다. 윤성호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전구속영장에 “피의자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을 구속 필요 사유로 넣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27일 법원에 접수한 122쪽(별지 포함)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해야 하는 이유가 상세히 기재됐다. ①박 전 대통령의 태도 ②사안의 중대성 ③구속된 공범과의 형평성 ④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검찰 논리다. 구속영장은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11시간 동안 직접 신문한 한웅재 부장검사 명의로 청구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시종일관 부인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 조사와 그동안의 세 차례 대국민 사과 성명,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및 탄핵 결정 이후 삼성동 자택 메시지 등에서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고 청구서에 적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에도 “검찰이 만든 혐의 사실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증거인멸 가능성도 제기했다. 비록 파면되긴 했지만 공범 및 관련자 대부분은 박 전 대통령이 공직에 임명했거나 정치적·법률적 이해관계로 엮여 있어 박 전 대통령 측이 진술을 번복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서로 입을 맞출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수사 대응책을 마련한 뒤 관련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한 부분도 청구서에 담겼다. 그가 독일에 도피 중이던 최순실씨와 차명 휴대전화로 수시 통화한 대목도 증거인멸 정황으로 지적됐다. 두 사람은 최씨가 지난해 9월 3일 독일로 출국해 10월 30일 귀국하기 직전까지 모두 127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특수본과 특별검사팀의 수차례 대면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탄핵심판에 끝내 불출석한 점과 변호인들의 헌법과 법률 경시 태도 등도 구속 필요 사유에 포함시켰다. 앞으로의 수사 및 재판 절차에 불응하고 도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피의자는 국격을 실추시키고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객관적 사실관계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고 재차 부각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와 관련해 검찰은 “문화예술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고 국민을 둘로 나눠 국론을 분열시킨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박 전 대통령 직업은 ‘전직 대통령’, 영장 발부 시 수감 장소는 ‘서울구치소’로 구속영장에 명기됐다.

글=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