換업무 규제 완화 어정쩡… 증권업계 냉가슴

입력 2017-03-28 17:31 수정 2017-03-29 10:43
어정쩡한 규제 완화 탓에 금융투자업계가 1년째 속병을 앓고 있다. 금융투자업 활성화를 위해 은행만 할 수 있던 외환 업무를 풀었지만 바뀐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해당 규정을 다시 해석해 달라는 금융투자업계의 요청에도 정부는 여론 눈치를 보며 답을 미루고만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는 일반환전 업무를 하지 못하는 점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개인투자자가 국내 증권사를 통해 해외에 투자할 때 외화를 즉시 원화로 바꾸지 못하고 은행에서 별도 환전해야 한다. 수출입 기업은 환율 변동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현물환 거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증권사를 통한 거래를 기피한다. 여기에다 일반환전의 통로가 은행으로 한정돼 환전수수료가 높게 유지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외국환거래법과 기획재정부의 고시는 직접적으로 금융투자업체의 일반환전 업무를 금지하고 있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 3월 개정한 외국환거래규정은 ‘업무와 직접 관련된 외국환 업무를 영위할 수 있다’고 포괄적으로 명시했다. 이전까지 가능 업무를 증권 매매, 파생상품 매매 등으로 지정해 허용한 데서 한 걸음 나간 조치였다. 은행권에만 외환 업무를 허용하는 탓에 다른 금융산업의 잠재적 수요를 억누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정작 금융투자업계가 새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바뀐 규정을 해석하기 까다로워서다. ‘직접 관련된 업무’라는 구절 때문에 정부가 허용하는 업무를 소극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증권사 등에서 지금까지 일반환전 업무를 시도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일반환전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규정에 명시하거나 현재 규정의 의미를 명확하게 해석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해 왔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등에 규정에서 명시한 ‘직무 관련성’의 의미를 해석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껏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이 외환 업무를 전담했던 일본은 진작 규제를 없앴다. 일본 정부는 1998년 외환법을 개정해 외환업무 진입 제한을 폐지하고 전면 자유화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소극적이다. 외환위기 때 생긴 ‘외화유출 트라우마’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해서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부처들이 몸을 사리는 이유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외환위기 경험으로 정부가 외환업무 제한 완화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증권업계의 환전업무 관련 인프라가 확충되기 전에는 규제가 풀려도 환전 거래가 폭주한다든지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