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만이 장점이 아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유럽지역 최종예선 5라운드에서 각 대표팀 베테랑들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전차군단’ 독일의 공격수 마리오 고메즈(32·볼프스부르크)는 지난 27일(한국시간) 열린 아제르바이잔과의 C조 5차전 원정경기에서 전반 45분 헤딩슛으로 골을 터뜨려 4대 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를 앞둔 독일은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주전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31)와 수비수 제롬 보아텡(29·이상 바이에른 뮌헨)은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공격수 티모 베르너(21·라이프치히)와 미드필더 율리안 바이글(22·도르트문트) 역시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다쳐 짐을 쌌다. 고메즈가 중심을 잡아 준 덕분에 독일은 대승을 거두고 5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독주 체제를 굳힐 수 있었다.
잉글랜드의 34세 베테랑 공격수 저메인 데포(선덜랜드)의 활약도 놀라웠다.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은 웨인 루니(32·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예전의 기량을 보이지 못하고 해리 케인(24·토트넘)까지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데포를 전격 호출했다. 데포는 이날 리투아니아와의 F조 5차전 홈경기에서 선발 출전했다. 약 40개월 만에 잉글랜드 대표팀에 돌아온 데포는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데포가 지금처럼 계속 득점을 올린다면 발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도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데포는 2014년 2월 토트넘에서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토론토로 이적했다. 2015년 1월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으며 다시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한 데포는 이번 시즌 28경기에서 14골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폴란드의 수비수 루카스 피스첵(32·도르트문트)은 몬테네그로와 원정으로 치른 E조 5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2대 1 승리 주역이 됐다. 폴란드는 피스첵의 활약 덕분에 5경기 연속 무패(4승1무·승점 13)로 조 1위 자리를 지켰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39·유벤투스)은 지난 25일 이탈리아 팔레르모의 스타디오 렌초 바르베라에서 열린 알바니아와의 G조 5차전에서 선방쇼를 펼치며 팀의 2대 0 승리의 수호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부폰은 이날 자신의 1000경기 출전을 클린시트로 자축했다. 부폰은 “우리 같은 베테랑들은 어린 후배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심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헌신이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존재와 역할은 ‘슈틸리케호’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과거 한국 축구는 유능한 베테랑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하지만 현 대표팀의 이용, 최철순 등 30대 선수들은 존재감도 미약한데다 경기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금 한국 축구에서 가장 아쉬운 존재는 베테랑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베테랑의 힘’ 고비에서 돋보였다
입력 2017-03-2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