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와 극우단체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기 위해 집요하게 진행한 소송이 마침내 패배로 종결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27일(현지시간) 일본계 극우단체 등이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3년간 끌어온 소송은 종지부를 찍었다.
극우단체 ‘역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계연합회(GAHT)’의 메라 고이치 대표 등은 2014년 2월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법에 글렌데일 소녀상 철거 소송을 제기하면서 지루한 싸움을 시작했다. 글렌데일 시립공원에는 2013년 해외에서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이 단체는 ‘역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한 상징물을 세운 것은 연방정부의 외교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GAHT는 캘리포니아 거주 일본계 주민들로 구성된 단체다.
LA 연방지법은 같은 해 8월 “글렌데일시는 소녀상을 외교 문제에 이용하지 않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GAHT 측은 곧바로 항소했고, 다시 원고패소 판결이 내려지자 연방대법원에 상고까지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는 연방대법원에 ‘글렌데일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보내고 유엔과 미국 연방의회, 지자체 등을 상대로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판결은 지난 3년간 역사를 다시 쓰려는 헛된 노력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혹독한 인권유린을 경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포함해 과거를 잊지 않아야 잔학 행위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스가 요히시데 관방장관은 28일 기자회견에서 “매우 유감이며 앞으로도 우리 입장에 대한 이해를 (미국 측에) 계속 요청할 것”이라며 “위안부 동상 설치 움직임은 일본 정부의 입장과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메라 GAHT 대표는 “매우 유감이며 재판 외에 뭘 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美대법 ‘글렌데일 소녀상’ 철거소송 각하
입력 2017-03-28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