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최근 중국에서 벌어진 태극기 훼손 사건에 대해 중국 측에 엄중히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중국인들이 사드와 관련해 단순한 경제 보복을 넘어 이웃나라의 국기를 훼손하고 한국인에 대한 증오를 드러내기에 이르자 적극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최근 중국 내 태극기 훼손 사건에 대해 여러 경로로 중국 측에 항의하고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중국 측도 사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관련자 조사 및 훼손 태극기 수거 등 관련 조치를 취했다”며 “외교부는 중국 전역의 대사관과 영사관에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달 중순 톈진 시내 헬스장 2곳에서 태극기가 찢겨 훼손된 사건이 발생했다. 톈진의 한 대학 인근 헬스장에 태극기가 찢긴 채 벽에 내걸렸다. 훼손된 태극기 옆에 “롯데 사건을 겨냥했다”는 문구도 붙었다. 톈진 시내 다른 대학가의 헬스장에도 대형 태극기가 찢긴 채 샌드백 위에 걸렸다(사진). 이에 대해 주중 대사관은 톈진시 공안국에 문제의 심각성을 공식 거론했고, 공안국도 헬스장 관계자를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양의 한 호텔은 최근 바닥에 태극기를 깔아 놓고 ‘한국인을 밟아 죽이자’라는 과격한 문구를 새겨 넣기도 했다.
한편 다음달 16∼23일 중국에서 열리는 ‘제7회 베이징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당국의 저지로 상영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관광과 한류 금지에 이어 사드 한국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 측은 한국 작품을 초청했지만 당국의 지시로 상영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영화제 측이 지난 26일까지 발표한 700여편의 상영작 명단에 한국 영화는 없었다.
베이징의 소식통은 “지난해 베이징영화제에서는 ‘검은 사제들’과 ‘마돈나’ 등 한국 영화 몇 편이 상영됐지만 올해는 사드 보복 영향으로 상영이 어려울 것으로 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이민호, 김우빈 등 한류 스타들도 초청받아 영화제 분위기를 띄웠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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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中, 태극기 훼손 엄중·심각”
입력 2017-03-28 18:27 수정 2017-03-29 0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