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관심은 못 끌었지만 달랐던 바른정당 경선

입력 2017-03-28 17:53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와이셔츠 차림으로 주먹을 쥔 채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바른정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은 짧은 기간과 후보들의 미미한 지지율 등 악조건 속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당 내에선 경선 토론에서 기성 정당과 차별화된 면모를 보이며 신생 정당의 존재감을 부각시켰다고 자평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19일 호남권 정책토론회를 시작으로 28일까지 열흘간 네 차례 권역별 정책토론회와 한 차례 TV토론 등 경선을 진행했다.

지난 21일과 23일 영남권과 충청권 정책토론회에선 새로운 실험도 선보였다. 정치토론회에 늘 등장했던 책상과 의자 대신 스탠딩 무대를 구성했다. 사전 원고는 물론 ‘답변시간 3분’ 같은 틀에 박힌 시간제한 규정도 없앴다. 두 후보는 토론회 도중 양복 재킷을 벗고 셔츠 소매를 걷은 채 30분간 ‘끝장 토론’을 벌였다. 미국 대선 후보 토론회와 비슷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두 주자는 모병제, 사교육 폐지, 증세와 복지 등 상대방 정책에 대한 토론을 치열하게 벌였다. 유 의원은 남 지사가 제안한 모병제에 대해 “정의롭지 못하다. 없는집 자식들만 군대에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지사는 유 의원의 ‘중부담 중복지’ 공약에 대해 “결국 국민 세금 부담만 높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로의 대선 전략인 보수 후보 단일화와 연정에 대해 두 주자는 “당 지지율을 하락시킨 해당(害黨)행위(남 지사)” “민주당에 기웃거린다(유 의원)”며 날 선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유머를 잃지는 않았다. 유 의원은 남 지사에게 “제가 좋아하는 동생인데 요즘 너무 까칠하다”고 했고, 남 지사는 스스로를 향해 “키 작은 것 하나가 단점”이라고 농담하며 경색된 분위기를 풀기도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8일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학예회’란 소리를 들은 다른 당 토론회와 달리 우리 당 토론회는 치열하고 모범적이었다”고 자평했다. 바른정당 후보가 2명뿐이었기에 이런 토론이 가능했다는 반론도 있다. 일대일 대결 구도로 인해 후보들의 발언시간이 충분히 보장되고, 토론의 논점 역시 흐려질 여지가 적었다는 의미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