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은 신형 고출력 미사일엔진을 시험하는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하겠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호언장담을 조만간 행동에 옮길 태세다. 도발 결정은 이미 내려졌으며 남은 것은 ‘택일’뿐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북한은 핵·미사일 기술이 일정수준 이상 올랐다고 판단될 때 전략적 도발을 감행했다. 도발 일자는 주민 결속을 위해 김일성·김정일 생일 등 주요 기념일을 앞두고 정했다. 아울러 미국의 대북정책과 미·중 관계 추이, 남한 정세 등을 함께 지켜보면서 도발 효과를 극대화할 타이밍을 노렸다.
이런 점을 보면 북한의 핵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은 다음달 초·중순이다. 우선 4월 15일이 김일성 생일 105주년이다.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0 또는 5로 꺾어지는 해)’이어서 ‘축포’ 성격의 도발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도발이 없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다. 열흘 뒤인 4월 25일이 북한군 창건 85주년이다.
4월 11일에는 최고인민회의 13기 5차 회의가 열린다. 국방위원회 폐지와 국무위원회 신설 등 주요 사항이 결정된 지난해(13기 4차 회의)와 달리 올해는 굵직한 현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핵실험, 미사일 발사 기술 성과를 북한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할 계기는 된다는 평가도 있다.
외부 변수 중에는 4월 6∼7일쯤으로 잠정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가장 크다. 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중(對中)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그 흐름 속에서 대북정책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미·중 회담 결과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전략적 도발로 ‘판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8일 “미·중 정상회담과 최고인민회의, 김일성 생일을 고려하면 다음달 8∼10일과 12∼14일 정도에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유력한 날짜는 8∼9일쯤으로 본다”며 “북한은 내부적으로 도발을 감행하기로 결정해 놓고 택일만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발 종류는 핵실험보다는 ICBM 발사일 것이라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북한은 지난해 수소탄 시험(4차 핵실험)과 핵탄두 폭발시험(5차 핵실험)까지 마쳤다고 공언한 바 있어 기술적 측면에선 다시 실시할 명분이 크지 않다. 이에 반해 ICBM은 김 위원장 스스로가 신년사에서 ‘마감 단계’라고 밝히는 등 발사 의지를 대내외에 여러 차례 드러내놓은 상태다.
글=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택일’만 남은 北 4월 도발 언제?
입력 2017-03-2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