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충청 대회전’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막전인 호남 경선에서의 압승 여세를 몰아 29일 안희정 충남지사 텃밭인 충청 경선에서 대세를 확정지으려 하고 있다. 호남에서 부진했던 안 지사 측은 안방에서 자존심을 지켜 수도권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경선 전날인 28일 대전에서 들어본 충청 민심은 ‘그래도 충청도 인물’ 안 지사에 대한 지지와 ‘문재인 대세론’이 엇갈리고 있었다. 다만 전날 공개된 호남 경선 결과 때문인지 ‘문 전 대표의 기세가 상당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용전동에서 만난 이모(64)씨는 “어제 보니 문재인이 씨게 나오더만. 여간해선 안 자빠지겄디야”라며 혀를 내둘렀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유모(22)씨도 “정치에 별 관심은 없지만 다들 대세라고 하는 후보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모(53)씨는 “충청도는 경상도나 전라도처럼 한쪽으로 절반 넘게 쏠리는 현상은 덜할 것”이라면서도 문 전 대표의 우위를 점쳤다. 호남 경선이 충청 표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충청권 역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한 ‘반문(반문재인)’ 정서는 여전했다. 반문 정서가 지역 출신 정치인에 대한 향수와 맞물려 안 지사 지지세를 견인하는 것이다. 특히 중도·보수 성향 지지자들의 표심이 온건한 이미지와 정책 방향을 공유하는 ‘두 안’(안희정·안철수) 중 생존자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많았다.
김씨는 “나도 그렇고 주변에 안 지사 지지가 많지만 만약 경선에서 떨어지면 절반 이상은 안철수 등 중도·보수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남동 신설경로당에서 만난 노인들도 안 지사를 지지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음석(80)씨는 “황교안이 나왔으면 뽑아줬을 텐디 이젠 안희정이를 민다. 다들 문재인은 안 찍는다고 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김호권(75)씨도 “안희정이가 도지사이고 사람도 괜찮허니 밀어줄까 하는디”라며 거들었다.
안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 전 대표 측을 겨냥해 “적폐청산 제1호는 이분법적 진리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쪽이 옳고 한쪽이 사악하다는 정치로는 민주주의도, 새로운 대한민국도 열리지 않는다. 결국 상대방 뺨 때리기 게임을 못 벗어난다”며 “집권하면 상대를 청산·개혁해서 정의를 실천하겠다는 수준의 이분법적 가치관과 철학으로 어떻게 새 시대를 열겠느냐”고 지적했다.
대전=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문재인이 씨긴 씨구먼” VS “안희정이 도지사인디?”
입력 2017-03-29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