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점점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우리 경제

입력 2017-03-28 17:36 수정 2017-03-28 20:58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이대로 가다간 성장엔진을 되살리기 힘들고,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로 집계됐다. 2014년(3.3%)을 제외하면 최근 5년 동안 2%대에 머물렀다. 그나마 성장을 견인한 것은 건설업인데 이는 가계부채와 직결돼 있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2만7561달러로 전년보다 1.4% 증가에 그쳤다. 2006년 처음 2만 달러에 진입한 뒤 10년 동안 3만 달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선진국 진입은커녕 중진국 벽에 갇혀 있는 것이다.

특히 가계소득 비중이 감소한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국민총처분가능소득 1632조6000억원 중 가계소득은 929조6000억원으로 56.9%를 차지했다. 전년의 57.2%보다 0.3% 포인트 되레 감소했다. 기업소득 비중 역시 20%(326조2000억원)로 0.8% 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정부소득 비중은 23.1%(376조8000억원)로 1.1% 포인트 늘었다. 정부 호주머니는 두둑해진 반면 개인과 기업의 지갑은 얇아졌다는 의미다.

가계소득 비중이 줄었는데도 총저축률은 35.8%로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갑을 닫고 저축을 하는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불안한 미래를 대비한 것이지만 국가경제라는 큰 틀에서 보면 반드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생산-소비-투자로 이어지는 경제 선순환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현재 가계 빚은 1344조3000억원으로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이처럼 초라한 경제 성적표는 이미 예상된 것이지만 당분간 이런 추세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내적으로는 소비심리가 극도로 악화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 추세가 강화되는 등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성장률과 소득의 정체는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고용과 양극화, 출산 등 경제·사회적으로 총체적 악영향을 초래한다.

더욱이 조기 대선이라는 정치적 일정과 나라경제야 망조가 들든 말든 경쟁적으로 내놓는 후보들의 선심성 공약은 가뜩이나 허약한 경제 체질을 더 약화시킬 수 있고, 결과적으로 나라경제를 손상시킬 수 있다. 또한 알게 모르게 널리 퍼진 반기업 정서도 경제엔 부담이다. 정경유착의 적폐를 끊어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죽이는 개혁이 아닌 살리는 개혁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투자 활성화와 관련된 입법과 함께 규제는 과감히 풀되 성장의 과실을 고루 나눌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도 서둘러야 한다. 성장과 고용의 주체는 기업이지만 투자 의지가 살아나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