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바른정당 대선 후보 유승민의 행보 주목한다

입력 2017-03-28 17:36 수정 2017-03-28 20:58
바른정당이 28일 대통령 후보로 대구 출신 4선 국회의원인 유승민 의원을 선출했다. 유 후보는 남경필 경기지사와의 경선에서 승리하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4당 중 가장 먼저 대선 후보가 됐다. 그러나 5월 9일 조기 대선으로 가는 길은 첩첩산중이다. 지난 1월 창당 이후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계속 내리막이다. 최근 조사에서는 5%에도 미치지 못해 정의당보다 낮게 나오고 영남에선 자유한국당에 크게 밀리고 있다. 유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2∼3% 수준이다.

유 후보의 지지세가 극적으로 상승하지 못할 경우 후보와 당의 독자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릴 수 있는 것이다. 그는 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창해 왔지만 이 역시 미미한 존재감으로는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없다. 외부 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대선 구도는 진보 쪽으로 가파르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50%를 넘었고 이 당의 경선 후보들 지지율을 합치면 60%대다. 보수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유 후보는 국민의당과 한국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될 때까지 지지세 확산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뒤 강력한 민주당 후보를 상대하기 위한 연대 및 단일화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개혁적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가 된 그가 유념해야 할 원칙이 있다. 주변 여건이 아무리 나쁘다 하더라도 이 땅의 보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책과 노선 등이 상이한 후보, 정당 간의 화학적 결합은 성공할 확률이 낮을 뿐 아니라 향후 족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바른정당이 보여준 경선 후보 토론회는 다른 정당들이 감히 흉내내지 못할 정도로 훌륭했다. 후보와 당의 낮은 지지율로 인해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유 후보와 남 지사는 한국 정당 사상 처음으로 일대일 스탠딩 토론을 벌였다. 미국 대선 토론회처럼 두 사람은 규격화된 시간제한 없이 경제, 교육 등 현안을 놓고 맞짱 토론을 진행해 토론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이 겨루는 본선 토론회에도 도입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