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기(80)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상아탑’에 머물러 있는 상담이론을 대중화시킨 목회 실천가다. 1965년 한국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 노던신학대학원과 클레어먼트신학대학원에서 목회상담을 공부했으며 미국 켄터키 주립정신병원에서 12년간 임상훈련을 받았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한신대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그의 관심사는 늘 ‘상처 입은 영혼’ 살리기였다. 치유사역은 오래 전에 시작됐다. 1984년부터 국내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임상목회세미나’를 인도했고, 97년 크리스찬치유상담연구원을 설립했다. 이를 기반으로 2014년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를 개교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에서 만난 정 총장은 “그동안의 임상경험을 통해 ‘가정은 마음의 그릇을 구워내는 가마’ 같은 곳임을 확인했다”며 “가정이 큰 항아리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키워낼 때 교회와 사회 그리고 나라가 산다”고 밝혔다.
“큰 항아리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목사가 되면 교회가 살아나고, 선생님이 되면 교육이 살아나며, 사업가가 되면 경제의 체질이 바뀌고,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바뀌게 될 것입니다.”
정 총장은 사람들 마음의 상처 대부분은 가정에서 만들어지며 부부싸움이 자녀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고 말했다. “부부싸움은 청소년시기보다 2∼7세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이 시기에 싸우는 부모를 본 아이들이 느끼는 공포수치는 군인이 전쟁에 나가 옆의 전우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공포수치와 같습니다.”
정 총장에 의하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는 잠재의식에 남아 있다가 성인이 된 삶속에서 어려움을 준다. “상처가 많은 사람의 특징은 시기와 질투 욕심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권력과 돈에 집중합니다.”
정 총장은 시편 112편 1∼3절 말씀을 제시하며 기도하는 부모, 성경 읽는 부모를 보고 자란 자녀는 민족을 품에 안는 큰 지도자가 될 수 있다며 크리스천들이 이런 사람들이 될 때 복음 전도는 저절로 될 것이라고 했다.
“부모가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서로 사랑하는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힘이 강합니다. 또 집중력, 창의력, 자발성, 자존감이 높고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상처를 받지 않으며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정 총장은 건강한 가정을 만들어내는 전문가들을 키우기 위해 치유상담대학원대학교를 설립했으며 이 학교는 한두 명의 독지가가 아니라 6000여명의 가난한 개미후원자들의 후원으로 설립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학교라고 설명했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자신의 감정을 털어 놓고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공동체 경험이 있어야 합니다. 학교의 목적은 상처 입은 사람을 살리는 전문가들을 키워내는 것입니다.”
이 학교엔 2박 3일간 진행되는 영성수련회가 있다. 일명 ‘용광로프로그램’으로 불린다.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수 있고, 자신이 온전히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공동체 프로그램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된 사례들이 많다. 심리적인 충격으로 7년 동안 앞을 보지 못했던 사람이 내적치유를 통해 시력을 회복하고 형제에 대한 미움으로 오른팔이 마비된 사람이 회복되기도 했다.
정 총장은 자녀들 앞에서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섬기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서약하고 실천하는 ‘항아리 만들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안산동산교회 5000여명의 성도들이 서약한 것을 비롯해 그동안 항아리 만들기 운동에 참여한 사람은 60만명에 이른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가정이 큰 항아리 같은 사람 많이 길러내야죠”
입력 2017-03-29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