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문재인 ‘전두환 표창’ 발언 등 악재 딛고 압승

입력 2017-03-27 21:36

이변은 없었다. 최근 연이은 ‘실언’ 등 악재에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호남 경선에서 압승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기대했던 ‘2002년 노무현 돌풍’은 재연되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27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호남권역 선출대회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60.2%로 경쟁 후보를 압도했다. 호남 경선에 참여한 23만6358명 중 14만2343명이 문 전 대표에게 표를 몰아줬다. 문 전 대표는 호남 경선 승리 후 기자들과 만나 “정권교체에 대한 염원이 강한 호남 분들이 제가 도덕성에 흠결이 없고, 가장 잘 준비돼 있어 모든 지역에서 지지받을 수 있는 지역·국민 통합 후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해준 것 아닌가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탄핵 정국에서 촛불민심과 밀착하며 ‘정권교체 적임자’ ‘준비된 후보’ 이미지 구축에 주력했던 전략이 유효했던 것이다.

문 전 대표의 호남 경선 승리는 사실상 예고돼 있었다. 문 전 대표 캠프는 호남 득표율 마지노선을 55%로 잡고 있었고, 최대 65%까지 기대하고 있었다.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은 경선 전부터 ‘의미 있는 2등’을 노리며 문 전 대표와의 격차 좁히기를 목표로 세웠다.

문 전 대표 호남 승리의 가장 큰 동력은 막강한 조직력이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차분히 바닥을 다져왔다. 특히 2015년 2·8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인 조직력 확보에 나섰다. 당대표를 역임했고, 당 장악력도 끌어올렸다.

문 전 대표 자신은 불출마했지만 지난해 20대 총선 기간 전국을 다니며 전국 지역위원장 상당수를 우호세력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조직력의 차이는 호남 대의원 투표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문 전 대표는 1046표를 얻어 안 지사(249표)와 이 시장(96표)을 각각 4배, 10배 이상 앞섰다.

문 전 대표는 올 초부터는 사실상 호남에 올인했다. 경선 캠프에는 전윤철 김상곤 김효석 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총괄본부장, 임종석 비서실장 등 호남 출신 정치인을 대거 전진배치하며 호남 조직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문 전 대표 부인 김정숙 여사도 지난해 추석 이후 매주 호남을 찾으며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한 캠프 관계자는 “문재인은 싫어도 부인 때문에 찍기로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거인단에 등록할 정도로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전두환 표창장’이나 ‘부산 대통령’ 발언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호남권의 일반국민과 권리당원 대상 ARS 투표에서도 문 전 대표는 안 지사와 이 시장에 비해 3배 가까이 많은 표를 얻었다.

물론 당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의 본선 확장력 한계에 대한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문 전 대표의 호남 경선 최종 득표율이 지난해 8·27전당대회 친문 인사들의 득표율 및 이번 현장투표 득표율과 비슷한 60%대이므로 친문 지지자 이상으로 확대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논리다.광주=최승욱 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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