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대형주 “나홀로 잘 나가”

입력 2017-03-28 05:00

“벌써 60만원 벌었어!” 사회초년생 심모(26·여)씨는 요즘 주식시세만 보면 미소를 멈출 수 없다. 한 달 전에 산 삼성전자 주가가 승승장구하고 있어서다.

심씨는 공들여 모은 적금 2000만원을 깨서 절반가량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래봐야 삼성전자 주식 3주를 포함해 대형주만 골라 몇 주를 산 게 전부다. 하지만 사놓은 종목이 매일같이 ‘빨간색’을 보이자 추가로 삼성전자 주식 1주를 더 살 생각이다.

심씨의 ‘대형주 편애’가 적절한 투자라는 건 시장에서 증명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은 대형주 독주 장세를 연출 중이다.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가볍게 뛰어넘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리 건강하지만은 않다. 기업 규모에 따라 주가 등락에 편차가 생기는 등 체감하는 온기는 다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6월 1849.11이었던 대형주(코스피시장 시가총액 1∼100위 종목) 지수가 지난 24일 2101.97을 기록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해 6월과 비교해 대형주 지수는 13.67%나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중형주(시가총액 101∼300위 종목) 지수는 2709.61에서 2533.01까지 추락했다. 소형주(시가총액 301위 이하 종목) 지수도 2181.12에서 2055.43으로 5.76% 내렸다. 이들 지수는 2000년 1월 수치를 기준(1000)으로 잡고 계산한다.

여기에다 상장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조달하는 자금도 대형주만 봄볕을 쬐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대규모 법인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돈은 5조79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80% 늘었다. 반면 대규모 이외 법인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돈은 2조3240억원에 불과했다. 전년 대비 32.40% 줄었다.

비중을 따지면 ‘빈부격차’는 더 심각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유상증자한 기업 77곳 가운데 대규모 법인은 15곳에 불과했다. 이들이 유상증자 20번으로 조달한 돈은 전체 조달 금액의 71.40%를 차지했다. 유상증자는 기업들이 경기 개선을 예상하고 투자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경기회복 바람이 실물경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다르게 부는 것처럼 주식시장에서도 윗목, 아랫목으로 나뉘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대형주에만 사들여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대형주 독주 현상’을 인정하지만 소외된 중소형주에서도 옥석을 가려보라고 조언한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무리 대형주가 강세라지만 개인 입장에서 중소형주를 팔고 200만원이 훌쩍 넘는 삼성전자로 갈아타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보긴 힘들다”면서 “정보기술(IT) 업황이 좋은 만큼 4차 산업혁명이나 로봇, 클라우드 등 IT 관련주나 대형 IT기업 협력사의 중소형주를 모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