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둔 법원은 27일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30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린다.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등과 같은 법정이다. 안 전 수석 등은 모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영장실질심사 제도는 1997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며 도입됐다. 1995년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서류 심사만 거쳤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박연차 게이트’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 서거하면서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할 경우 경호·보안 문제가 가장 큰 논란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서울중앙지검 청사 외부 출입문을 하루 종일 철저히 통제했다.
하지만 법원은 사정이 다르다.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은 매일 수백 건의 공개 재판이 열리고, 직원을 비롯해 수천 명의 사건 관계자 등이 드나든다. 일반 시민에게 불편을 주면서 청사를 통제하는 것은 전례가 없고, 다른 피의자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 일반의 시각이다.
법원 관계자는 “청와대 경호실 등으로부터 아직 박 전 대통령 출석과 관련한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이날 밝혔다. 경호실 측에서 먼저 경호 요건 등을 제시하면 법원이 합당한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정호성 전 비서관은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서류 심사로 정 전 비서관 구속 여부를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불출석 의사를 밝힐 경우 재판부는 심문기일을 취소한 뒤 수사기록 등을 검토해 구속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재판부가 심문을 열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은 반드시 법정에 나와야 한다.
글=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박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 포기할까
입력 2017-03-27 18:18 수정 2017-03-27 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