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투자자 “일방적 압박”… 조선업계 ‘빅2체제’ 불가피

입력 2017-03-28 05:02
대우조선해양에 돈을 물린 이해관계자들의 눈치싸움이 본격 시작됐다. 회사채 투자자 사이에선 국책은행의 관리 부실로 비롯된 손실을 똑같이 떠안으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수령이 될 다음 달 17∼18일 사채권자 집회까지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에선 대우조선을 연착륙시키고, 조선업계를 ‘빅2(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체제’로 다시 짜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27일 주요 채권은행 10여곳과 실무회의를 열고 채무재조정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23일 시중은행이 무담보 대출 7000억원 가운데 56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등의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시중은행은 대출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에 큰 이견은 없다.

문제는 채무재조정안 합의의 주요 전제조건 중 하나가 회사채 투자자들의 동의라는 점이다. 대우조선 회사채의 28.9%(약 3900억원)는 국민연금이 들고 있다. 증권사 등 기관들도 국민연금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정부의 공평한 손실 부담 원칙을 비판한다. NH투자증권 임정민 연구원은 “정부가 법적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금융기관을 압박하는 치킨게임식 구조조정의 반복”이라며 “채권 투자자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약 30%를 보유한 개인투자자의 동의 여부도 불투명하다. 대우조선은 부장·차장급 간부 200여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에서 설득에 나서는 등 총력전에 나설 계획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손실추정치 17조원도 경제에 어마어마한 충격”이라며 “연기금, 사채권자들이 경제적 실질을 판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선 채무조정안 합의가 이뤄지든, 단기 법정관리(P-플랜)로 들어가든 빅2 체제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1980년대부터 조선업 구조조정을 실시해 온 일본 사례를 연구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일본은 생산능력 증강보다 합병과 제휴를 통해 5사 체제로 재편했다”며 “일본 조선인력은 76년 14만명에서 현재 5만명으로 줄었지만 건조량은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