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지도부는 공공연히 “문재인보다 안희정이 더 두려운 본선 상대”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 실시됐던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희정 충남지사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문재인 전 대표보다 득표력이 높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여기에 국민의당 후보 선출이 유력해진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안 지사의 중도·통합 이미지가 겹친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문 전 대표가 제발 확정되기를 바란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안희정과 안철수의 대결이 훨씬 버겁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이 안 지사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 때문이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에서 2002년 노무현 돌풍이 재연될 경우 파죽지세의 힘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 지지율을 다져온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뚫고 이변의 주인공이 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국민의당은 본선에서 안 지사와 안 전 대표의 바람몰이가 맞붙을 경우 안 전 대표가 밀릴 수밖에 없다.
안 지사가 민주당 대선 주자 가운데 중도·통합적 이미지가 강해 안 전 대표와 지지층이 겹치는 점도 부담이다. 문 전 대표가 경선에서 최종 승리할 경우 안 지사를 지지했던 중도·보수층이 안 전 대표 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지만, 안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 이런 반사이익을 누리기 어렵다. 국민의당 내부에선 민주당 호남 경선을 앞두고 문 전 대표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으로 등록해 문 전 대표를 찍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국민의당이 안 지사를 띄우는 것은 조금 더 복잡하고 치밀한 선거 전략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종 목표는 문 전 대표 흠집 내기라는 것이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문 전 대표를 흠집 내는 것이 본선 경쟁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안 지사를 이용해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극대화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가 승리하더라도 ‘문재인 대 안철수’의 일대일 구도를 만들면 승산이 있다는 논리다.
특히 25∼26일 처음 실시된 호남·제주 순회경선은 국민의당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현장투표에는 당초 예상치의 배가 넘는 9만2000여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안 전 대표가 64%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면서 호남발 ‘문재인 견제심리’가 전국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지난해 4·13총선 당시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녹색 돌풍’이 이번 대선에서도 재연되길 바라는 심리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남 경선을 통해 ‘문재인 대세론’을 꺾어달라는 민심을 확인했다”며 “호남은 문재인 후보에 대해 시간이 갈수록 더 차갑고 냉정하게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국민의당, 문재인보다 안희정이 두렵다?
입력 2017-03-27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