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생각에… ” 27년째 어르신에 설렁탕 대접 ‘문화옥’ 이순자 사장

입력 2017-03-28 05:00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 있는 설렁탕집 ‘문화옥’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오래된 한식당 100선’에 뽑히기도 한 노포(老鋪)다. 문화옥 사장인 이순자(77·사진)씨의 시어머니가 전쟁 중이던 1952년 동대문시장 근처에서 설렁탕 장사를 시작해 5년 후 현재의 자리로 옮겨왔다. 65년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옥은 2015년에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문화옥은 매달 마지막 주가 되면 특별한 손님들을 모신다. 을지로에 사는 독거노인들이다. 매달 마지막 주에 홀로 사는 동네 노인들을 모셔다 점심을 대접한 것은 지난 1990년부터로 올해로 27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식사를 대접한 노인이 3만2000여명에 달한다. 설렁탕 가격으로 환산하면 3억원에 가깝다.

이씨는 27일 “외며느리인 저를 끔찍이 생각하셨던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르신들을 볼 때마다 시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시작했죠”라고 말했다.

을지로 토박이였던 이씨는 결혼 후 3년이 지난 1969년부터 문화옥에서 시어머니에게 음식 만드는 법을 배웠다. 을지로동 새마을부녀회에서 활동하던 이씨는 동네 경로당에 갔다가 점심 끼니도 해결 못하는 노인들을 보며 식사 대접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2000년대 중반까지 집에서 떡을 만들어 매달 부녀회원들과 함께 종로 탑골공원에 가 노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또 남산에 있는 한 고아원 어린이들을 초청해 매달 합동 생일잔치를 열어주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 안양교도소를 찾아가 떡과 과일은 물론 영치금까지 넣어주기도 했다. 문화옥은 2004년부터 이씨의 딸인 김성원(48)씨가 이어가고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