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 기념행사들이 많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 행사의 초점이 주로 500년 전 루터가 외쳤던 다섯 가지 구호에만 머무르며 평면적인 기념행사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일정표에 맞춰 진행하는 공시적 행사에 불과하다. 종교개혁의 진정한 의미를 고찰하고 현재의 역사로 치환하기 위해서는 통시적 관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루터의 시대와 오늘의 사회·문화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붙잡아야 할 것은 종교개혁자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아드 폰테스’(ad fontes)의 정신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종교개혁 기념행사의 방향성을 보면 너무 시대 트렌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윤리·도덕성 회복에만 치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왜 사회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공격대상이 됐는가. 본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사회문화적 트렌드만 따라가다 보면 교회끼리 서로 불필요한 소모전을 하게 된다. 성경과 신앙의 본질이 아닌 것을 갖고 내전을 하며 스스로 내상을 입는다. 목회자 세습은 시대상황적으로 볼 때, 당연히 안 하는 게 좋다. 그러나 신앙의 본질과 성경의 가치관에 입각해 균형 잡힌 토론과 비판을 하는 게 아니라 시대 트렌드와 사회적 잣대로만 재단하며 무조건 정죄부터 하면 소모전이 될 수 있다.
종교개혁의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기득권과 교권, 제도권 안에서의 싸움을 그치고 우리 모두 복음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나부터 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회개를 하며 처음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 성경적 교회론도 회복해야 한다. 주님이 머리 되시는 원형적 교회론을 잃어버리니까 다툼과 분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게 아닌가. 모든 교회가 기업과 같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투명한 도덕성과 윤리성을 회복해야 한다. 공익적 사역을 통해 세상을 향한 섬김과 소통의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목회자와 성도들의 의식개혁이다. 의식개혁을 통해 급속하게 파괴돼 가는 교회 생태계를 회복하고 지켜야 한다. 교회 생태계가 깨지면 교회도 사멸하고 만다는 것을 영국교회와 미국교회가 보여주지 않았는가.
반기독교 세력들은 서로 연합벨트를 구축해 한국교회 생태계를 깨트리는 데 올인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려다 여의치 않으니까 교묘하게 성적 지향이 포함돼 있는 유사차별금지법을 입법하려 했다. 그러나 창조적 퍼스트 무버(first mover)들에 의해 그것마저 저지당하자, 이제는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 3호에 근거해 전국 광역시·도, 시·군·구와 교육청 및 대학에 이르기까지 인권조례안을 만들려 한다. 문제는 그 인권조례안에 성적 지향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 인권조례안 역시 차별금지법을 입법하기 위한 서곡이고 교회 생태계를 깨뜨리기 위한 치밀한 전략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때에 목회자들이 의식을 전환하고 모든 교회가 다시 연합해 교회를 지켜내는 근본적인 개혁이 시급하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여전히 시대 흐름과 문제의 심각성을 모른 채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개교회 의식에만 머물러 있지 않은가. 종교개혁 500주년에 맞춰 평면적이고 공시적인 기념행사만 하려 하지 않는가. 이제 목회자부터 의식을 전환하자. 그리고 모든 교회가 연합 벨트를 조성해 교회를 공격해 오는 세력들을 막아내며 사회적 영향력을 함께 행사해 나가자. 아니 사회적 영향력을 넘어 문화적 변혁을 주도하는 정신적·영적 동력이 되자.
궁사가 화살을 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초점이 잘못되면 처음에는 미세한 차이여도 화살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다. 우리는 지금 어디를 향해, 무엇을 위해 종교개혁의 화살을 쏘고 있는가. 종교개혁 500주년 행사의 진정한 의미와 방향성을 위해서라도 한국교회의 개혁방향과 대안을 재점검해야 할 때이다.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시인)
[시온의 소리] 종교개혁의 화살, 어디로 쏠 것인가
입력 2017-03-2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