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前 대통령 구속여부 법원 판단에 맡기자

입력 2017-03-27 19:04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구속영장이 청구된 세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대한민국 헌정사의 불행한 사건이다. 박 전 대통령 개인에게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사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박 전 대통령은 유죄가 인정되면 법정형이 최소 징역 10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포함해 13개 혐의를 받고 있다.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중대한 사안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조사받기도 전에 뇌물을 준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공범’ 혐의자 대부분이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어렵게 성사된 대면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한 박 전 대통령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제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뛰어난 변호인들의 조력을 받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의 절차에 따라 방어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가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일부 과격한 지지자의 돌출 행동과 정치권의 섣부른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조사를 마친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하기까지 6일 동안 정치권은 불필요한 말을 쏟아내며 검찰을 압박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평소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자신들 입맛에 맞는 결정이 나오도록 영향을 주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 시도가 이제 법원을 향할까 우려된다.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자택 앞에서 시위 중인 지지자들 모습도 걱정스럽다. ‘박사모’는 이미 SNS에 “삼성동 자택으로 모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자칫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거나 불상사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헌법 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제는 법원을 믿고 기다린 뒤 결정에 승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