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인영] 농협 법률자문단에 관심을

입력 2017-03-27 17:42

지난 2월 입춘(立春)에 즈음하여 범(汎)농협 소속 변호사·세무사 54명은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농업인 법률·세무 자문봉사단을 출범하였다. 비록 각자 현업에 바쁘지만 농심(農心)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자 짬짬이 시간을 내어 농촌 현장에서 농업인들과 함께 고민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한 달여가 지났다.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돋는다’는 청명(淸明)을 앞두고 본격적인 영농시기를 맞아 농가에서 알아두면 유익할 농업 법률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농약과 관련한 사례다. 농약판매상이 대추재배 농가에 신상품 구매를 권유하면서 기존에 사용하던 농약과 혼용해 살포해도 된다고 설명했으나 대추 수확량이 현저히 감소한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할 수 있다.

사회 통념상 농약에 관해 열악한 정보 상태에 놓여 있는 농업인은 정의 관념에 비추어 농약판매상으로부터 구매 농약의 중요 사항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을 것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므로 농약판매상이 농업인에게 판매 농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민법 제39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매매계약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나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경우 대법원도 “농약을 판매할 때에는 그 농약의 성능, 사용 방법 등에 관하여 정확한 설명을 하여 줄 주의 의무가 있고, 그 성능 등에 관하여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그 사용에 관한 지시나 권유를 하여서는 안 될 주의 의무가 있다”고 판시(대법원 1995. 3. 28. 선고93다62645 판결)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다. 농업인 A씨는 7개월 전 농기계판매상 B씨에게서 구매한 농기계 부품에 불량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즉시 교환을 요구했으나 차일피일 교환을 미루던 B씨가 해당 부품 판매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폐업을 하는 바람에 A씨는 또 다른 판매상 C씨에게서 부품을 구입했다. 농업인 A씨는 판매상 B씨에게 부품 구입 비용을 청구하는 경우 청구기간의 제한이 있을까?

민법 제581조에 의하면 매수인이 매수한 목적물에 하자(瑕疵)가 있음을 알지 못한 때에는 매매계약을 해제하여 무효로 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고 하자 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도 있다. 또한 민법 제582조에 의하면 그 권리(하자담보청구권)는 매수인이 하자가 있다는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 내에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판례는 그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재판상 또는 재판 외의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대법원 2004. 1. 27. 선고2001다24891 판결 등)는 입장이다. 따라서 농업인 A씨의 경우 농기계 부품의 불량을 확인한 즉시 교환을 요청했으므로 6개월이 지난 시점이라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겨우 한 달 남짓 농촌 현장을 다녔다고 해서 농가의 애환과 농심을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농업인들과 교감하고 농업 현실을 눈으로 보고 느끼며 내가 가진 재능을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농협 직원으로서 가슴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농협은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고 ‘농업인이 행복한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나기 위해 10만 임직원이 각자의 자리에서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봄바람을 타고 300만 농업인과 5000만 국민들 모두의 가슴에 나눔의 행복, 동행의 기쁨과 함께 농심으로 번져나가길 기대해본다.

소인영 변호사